이천시 “파낸 구제역 돼지 재매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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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때 한마디 상의 없어”… 인근 축산농가들 분통

구제역으로 지난해 11월 땅에 묻은 돼지 4515마리의 사체를 골프장 건설을 위해 다시 꺼내도록 허가한 경기 이천시가 22일 “돼지를 다시 땅에 묻겠다”고 밝혔다. 사체를 꺼낸 사실이 본보 보도(22일자 A12면)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수습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다시 묻어도 될 정도로 중요하지 않은 개인의 골프 사업에 ‘국가적 비극’의 흔적을 다시 들춰낼 수 있도록 무리하게 허가한 것에는 비난 여론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천시는 모가면 소고리 일원 2만8330m²(약 8585평)에 이르는 미니골프장 건설 용지 내 구제역 매립지에서 21일 꺼낸 돼지 사체 4515구를 22일 공사현장 외곽에 다시 묻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경 현장을 찾은 김창규 부시장은 본보 기자에게 “검사 결과 병원성 세균이 검출되지 않아 별문제는 없지만 여론과 주민 반발을 고려해 사체를 다시 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에는 사체를 1914m²의 용지 위에 쌓은 뒤 비닐로 밀봉해 벽돌과 철골구조물로 덮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산권 행사”라는 태도다. 시공업체의 고영만 관리소장은 “구제역 발생 당시 이 땅을 임차해 돼지를 기르던 업자들이 땅 주인과 상의 없이 돼지를 묻었다”며 “그 때문에 땅 주인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사장 인근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공사장 바로 옆에서 소를 키우는 윤모 씨(61)는 “매립지 발굴에 대해 설명을 단 한마디도 들은 적 없다”며 “축산업자들이 몰려 있는 마을인데 시에서 공지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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