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편입에 몰리고… 재수에 목매고… ‘간판’에 목숨 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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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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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올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상위권 대학으로 편입한 신모 씨는 “주요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는데 중하위권 대학 출신이 어떻게 좋은 데 취업할 수 있겠나. 좋은 대학을 발판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친구들 대부분이 편입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서울 소재 10개 대학에 일반편입한 학생 중 73%(7557명)는 4년제 대학 출신으로 나타났다. 전문대 출신은 18%(1885명)에 불과했다. 위드유편입학원과 함께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10개 대학의 일반편입 합격자(1만291명)를 분석한 결과.

편입 합격자 중에서 4년제 대학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70%, 2009년 73%, 2010년 76%, 2011년 75%로 거의 해마다 늘었다. 반면 전문대 출신은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23%, 2009년 18%, 2010년 16%, 2011년 14%로 점점 줄었다. 특히 고려대 이화여대 숙명여대는 전문대 출신이 각각 2%, 0%, 3%에 그쳤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일반편입 합격생의 60∼70%는 전문대 출신이었다. 정남순 위드유편입학원 이사는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겹치면서 더 좋은 스펙을 갖기 위해 상위권 대학으로 편입하려는 4년제 대학 출신이 늘었다”고 말했다.

재수생도 늘고 있다. 2008년 12만7089명, 2009년 13만658명, 2010년 15만4660명으로 해마다 느는 추세. ‘고4생’ 아들을 둔 학부모는 “한 달에 학원비 교재비 식비 교통비 등 300만 원 정도가 들지만 ‘좋은 대학 안 가면 어떻게 먹고 사나’ 하는 생각에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편입생과 재수생이 늘어나는 이유는 ‘좋은 간판’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 때문이다. 한국처럼 고3 학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가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대학 진학률은 이처럼 높지만 청년 실업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대학은 교육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한편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학생을 위해 고교 직업지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야당에서 무상 고등교육의 사례로 삼는 프랑스와 독일은 대학 진학률이 40%에 불과하다. 정말 대학에 가야 할 학생만 가므로 반값 등록금 또는 전액 장학금 같은 제도도 통할 수 있다.

반값 등록금 논쟁이 ‘등록금을 무조건 내려라’ ‘반값이 아니라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대학 교육의 기능과 목적, 학력과 학벌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하지 않을까.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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