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예’자도 못 꺼내고 4대강 공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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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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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터 방불 국회 국토위

16일 국회 국토해양위에 출석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눈을 감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6일 국회 국토해양위에 출석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눈을 감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6일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4대강 ‘전장(戰場)’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예정된 예산심의는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한 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으로 하루 종일 고성이 오갔다. 본격적인 4대강 예산심의를 앞둔 여야의 ‘예비전’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 경남도 4대강 사업권 회수 논란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국토해양부가 경남도로부터 ‘낙동강 살리기 대행사업권’을 회수한 것이 부당하다”며 이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이 “오늘의 주 의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므로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반대했지만 긴급현안질의는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부산국토관리청과 경남도 간에 체결된 대행협약서에는 ‘내용 변경이 필요할 경우 쌍방이 합의한다’고 기재돼 있다”며 “(사업권 회수가) 청와대의 뜻 아닌가. 정부가 지자체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경남도가 국가사업을 3개월이나 지연하는 상황에서 민법 533조에 따라 계약해지는 당연하다”면서 “계약에 ‘약정해지사유’와 ‘법정해지사유’ 둘 다 존재하고, 어느 것으로도 (위반하면) 해지할 수 있다는 건 법을 배운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사업권 회수는) 분명히 국토부의 뜻”이라며 “사업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민법상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해지했다”고 답변했다.

○ 수자원공사 사업 예산권 공방

민주당은 또 ‘수자원공사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권’ 문제를 제기했다. 4대강 사업의 전체 16개 보 가운데 15개 공사를 맡은 수자원공사의 내년도 관련 예산 3조8000억 원이 국회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국회의 예산권 침해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한나라당은 “수자원공사에 위탁한 보 준설 사업은 수자원공사법에 따른 자체 사업으로 국회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은 “3조8000억 원의 보 준설 예산을 수자원공사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국회에는 심사할 자료조차 내지 않는 것은 예산심의권을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호남고속철도의 올해 총예산이 1조6800억 원 정도지만 국토해양부 예산엔 5500억 원 정도만 책정돼 있고, 나머지 1조 원 이상이 철도시설공단 자체 예산으로 잡혀 있다”면서 “그러면 호남고속철도 예산 심의도 철도시설공단 예산까지 끄집어내 예산심의를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후 영산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해 민주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민주당 소속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안상수 대표를 만나 관심을 끌었다. 안 대표와 박 지사는 여수 엑스포 문제 등을 협의했으며 4대강 사업 관련 협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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