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뀐 이집트 ‘히잡 女앵커’ 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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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TV 뉴스 첫 진행

사진 출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사진 출처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머리에 ‘히잡’을 착용한 여성 앵커가 이집트 국영TV 방송에 처음 등장했다.

이집트 국영 방송 채널1의 여성 앵커 파트마 나빌 씨(사진)는 2일 검은색 정장에 베이지색 히잡을 쓰고 뉴스를 진행했다. 히잡은 꾸란의 규범에 따라 13세 이상의 무슬림 여성이 머리와 목을 가리기 위해 쓰는 이슬람식 두건이다.

1960년 이집트에서 국영TV 방송이 시작된 이래 여성 앵커가 히잡을 쓰고 출연한 건 처음이다. 영국 BBC 방송은 이런 변화가 세속주의 성향의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이슬람형제단 출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뒤 높아진 이슬람 세력의 위상과 여성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집트 여성의 70%는 히잡을 쓴다. 그러나 1952년 군부 쿠데타로 등장한 압델 나세르 정권과 이후 안와르 사다트 정부 시절에도 국영 TV에서 히잡을 쓴 여성 방송인은 없었다. 특히 무바라크 정권은 TV 진행자와 호텔 항공업계 종사자 등 특정 직업군 여성의 히잡 착용을 금지했다.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국영 방송사 여직원은 라디오 분야에서 일하거나 TV 화면에 등장하지 않을 경우에만 히잡을 쓰고 일을 했다. TV 드라마에 나오는 유명 여배우에겐 히잡 착용을 허용했고 일부 민영 방송사는 여성 진행자의 히잡 착용을 허용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일부에서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하기도 했지만 무바라크 정권은 이를 무시해 왔다. 나빌 씨는 2일 BBC에 “혁명이 결국 국영방송에까지 도달했다”고 말했다.

최근 무르시 대통령의 부인 나글라 알리 마흐무드 여사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베일인 ‘키마르’로 얼굴을 제외한 상반신을 가리고 행사에 등장하곤 한다. 키마르는 노동자 계층 여성의 상징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집트#국영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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