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철권’ 무바라크, 하야 순간까지 권력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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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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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6시간동안 미적미적… 연설후에도 “난 잘못없어”
헬기 탔다 다시 내린 부인 관저 들어가 “안 나가” 엉엉

30년간 이집트를 철권통치했던 현대판 파라오는 권좌에서 쫓겨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권력의 마지막 실오라기라도 잡으려고 안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무바라크(사진) 독재 마지막 날 그와 가족들의 모습을 현장에 함께 있었던 압델 라티프 엘 메나위 전 이집트 국영TV 사장의 증언 등을 토대로 18일 소개했다.

하야연설이 있던 날, 무바라크의 부인 수잔 무바라크는 이집트 휴양도시인 샤름 엘셰이크로 도피하기 위해 경호원들과 헬리콥터에 올라탔다. 이륙 직전 행복했던 대통령 관저에서의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대저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려 다시 관저로 돌아갔다. 경호원들은 수잔이 좋아하는 보석을 가지러 갔다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흘러도 나오지 않았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경호원들은 대통령 저택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규율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에선 마룻바닥에 엎드려 펑펑 울고 있는 수잔이 보였다. 그는 경호원들을 쳐다보며 “난 여길 떠나지 않을 거야”라며 “당신들이 제발 시위대로부터 저택을 보호해 줘요”라고 애원했다. 경호원들은 그를 집 밖으로 끌고 가 헬기에 태울 수밖에 없었다.

남편 무바라크도 하야연설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무바라크 일가의 최후 모습을 묘사한 책을 쓰기도 한 메나위 전 사장은 오후 4시쯤이면 무바라크의 하야연설이 끝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무바라크는 마지막 연설까지도 6시간이나 주춤거렸다. 오후 10시 20분 두 아들과 대변인을 데리고 대통령궁 스튜디오에 나타난 무바라크는 10시 45분부터 연설을 시작했다. 무바라크는 자신이 권력을 놓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지 연설문을 읽으면서 실수를 연발했고 심지어 풀어진 넥타이를 아들들이 다시 매줘야 할 정도였다. 연설이 끝나고도 무바라크는 자신이 누리던 권력을 잊지 못했다. 부통령인 술레이만이 그에게 외국으로 가야 할 필요에 대해 상의하자 무바라크는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생을 이집트에서 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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