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동일본 대지진 복구特需 기대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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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학자 노구치 교수 “공장 붕괴-전력 차질 심각”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경제는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 때와 같은 재해특수(特需)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생산시설이 크게 손상되고 전력부족 사태까지 겹쳤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도 공급능력을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와세다대 교수는 최근 출판된 ‘대지진 후의 일본경제’라는 책에서 “동일본 대지진은 지금까지 있었던 경제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재해”라며 “한신 대지진과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일본 경제가 복구투자에 힘입어 성장세로 돌아서도 동일본 대지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재해가 발생하면 정부는 대대적인 복구재원을 투입하고 투자효과가 경제 곳곳에 퍼지면서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이른바 복구수요가 만들어내는 특수다. 하지만 복구투자가 특수로 이어지는 데는 생산시설 등 공급의 제약이 어느 정도인지에 달려 있다는 게 노구치 교수의 주장이다. 공급 측면에 문제가 없다면 복구투자가 새로운 수요를 일으키면서 경제 확대로 이어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투자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기 힘들다는 것.

예컨대 한신대지진의 경우 피해지역이 고베(神戶) 시 등 일부 지역으로 국한됐고 도심에서 발생해 생산설비의 피해가 적었다. 또 피해지의 기업들이 잉여설비와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던 데다 타 지역 공장으로 생산을 대체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 이 때문에 지진 발생 직후 1개월 동안에는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했지만 2, 3개월 지나면서 지진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반면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 동북지방의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부품소재 공장이 큰 타격을 입어 전국적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력부족 사태로 생산설비의 복구가 이뤄져도 생산력이 조기에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구치 교수는 “복구투자로 경제가 회복된다고 해도 당분간은 일본의 GDP가 지진 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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