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 故 박태준 회장 빈소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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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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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을 넘어 국가 경영한 큰 분”

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이 15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박태준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이 15일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박태준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73년 포항제철소 1기 준공 기념으로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신일본제철 간의 첫 친선 축구경기가 벌어졌다. 신일본제철에 제철소를 짓고 쇠를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기술을 배운 포스코였지만 축구만큼은 질 수 없었다. 흑백TV를 통해 전국에 중계된 이 친선경기에서 이회택 선수의 환상적인 골로 포항제철은 신일본제철을 꺾었다. 축구를 좋아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이회택을 비롯해 석효길 황종현 등 당시 내로라하는 축구 스타들로 실업팀을 꾸렸고 번번이 신일본제철을 이겼다.

박 명예회장은 이나야마 요시히로(稻山嘉寬) 신일본제철 사장에게 “오늘은 우리를 한번 이겨보라”며 약을 올리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신일본제철과의 축구 경기에 대해 “(우리가) 큰소리 칠 게 하나라도 있어 좋았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대등한 파트너지만 당시 신일본제철은 포스코에 여러모로 ‘큰형님’이었다.

신일본제철의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회장이 15일 방한해 박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미무라 회장은 빈소에서 “박 명예회장은 하나의 기업을 일으킨 훌륭한 경영자이기도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국가 그 자체를 걱정하고 경영했던 큰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철(鐵)이 곧 국가’라는 박 명예회장을 비롯한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선배들의 사상은 철로 국가에 공헌을 한다는 정신으로 양사 철강인들의 유전자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전략적 우호관계로 포항제철소 설립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최근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도움을 줘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일본인 아리가 도시히코(有賀敏彦) 씨는 포항제철 건설 당시 신일본제철 소속으로 일본자문단 단장을 맡아 포항제철소 설립에 기술 전수를 담당했다.

포항제철소 건립 이후 양사는 활발한 기술 교류를 통해 현재는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서로 맞붙는 강력한 경쟁자이지만 원료 구매, 자원 개발 등의 분야에서는 협력하는 오랜 파트너이기도 하다. 현재 포스코가 신일본제철의 지분 3.5%를, 신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5.04%를 서로 보유하고 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미무라 회장이 동아일보에 보낸 朴회장 추도문 ::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포항종합제철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하셔서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세계 굴지의 철강 메이커로까지 성장시키셨습니다. 박태준 명예회장님께서 창업 당시부터 일관되게 견지해 오신 정신, 즉 철강업 발전을 위한 강한 의지는 포스코에서 대대로 계승돼 현재의 번영까지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명예회장은 기업경영자로서의 활약뿐만 아니라, 한일경제협회의 회장 역임, 포항공대의 설립 등 교육자로서도 진력하심과 동시에, 정치가로서 제32대 국무총리를 지내시는 등 한국의 발전뿐만 아니라 한일 양국의 우호 관계 구축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신 분이셨습니다.

제가 박 명예회장과 세계 철강업 발전을 위해, 세계철강협회에서 각종 활동을 함께한 경험은 유의미한 시간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사는 포항종합제철 창립 시부터 현재의 전략적 제휴관계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라이벌로서, 또 좋은 파트너로서 절차탁마(切磋琢磨·학문이나 덕행을 배우고 닦음)의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앞으로도, 철강업이나 한일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아직 많은 활약을 하셔야 하는데 정말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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