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조선-알루미늄 무역보호 조치 예고

美 상무장관 “한미 FTA 개정 논의 재개 검토”… “무역법에 따라 보호 가능성”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전) 한미 FTA가 체결된 후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급증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정책 어젠다 보고서에서 ‘한국과의 무역에서 생긴 적자를 지적하며 한미 FTA 재협상의 필요성’을 지적했는데, 이번엔 로스 장관이 ‘한미 FTA 개정’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USTR 보고서는 “한미 FTA 발효 직전 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2016년)까지 미국 제품의 한국 수출은 12억 달러 감소한 반면 한국 제품의 미국 수입은 13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는 미국 국민이 이 협정에 기대했던 결과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로스 장관은 인터뷰에서 알루미늄, 반도체, 조선 산업 등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무역보호 조치도 예고했다. 그는 “외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제한 조사와 캐나다산 목재에 대한 20% 상계관세 부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공격적인 무역강제(trade-enforcement) 전략의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로스 장관은 특히 “반도체와 조선, 알루미늄 산업은 1962년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232조에 의해 보호받을 자격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조항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하면 정부의 긴급 무역제재 시행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로스 장관은 최근 외국산 철강에 대해 조사를 개시하면서 철강과 함께 알루미늄, 차량, 항공기, 조선, 반도체 산업을 6개 핵심 산업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는 심지어 “(미국의) 조선 산업은 근본적으로 무너졌는데, 우리는 조선이 산업으로서 필요하다고 보며 주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캐나다, 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은 연내 마무리할 방침”이라며 “내년 여름 멕시코에 선거 일정이 있어 연내에 끝내지 않으면 멕시코 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몇 년씩 일정을 크게 앞당기겠다는 얘기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유산 중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탈퇴했지만 유럽과의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이나 중국과의 양자 투자협상은 되살리겠다는 방침”이라며 “TPP와 TTIP는 다르다”고 말했다. WSJ는 “로스 장관이 중국과의 투자협상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이후 (우호적인) 양국관계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