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참외 자리 넘보는 체리-오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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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가격 떨어지자 매출 ↑, 주스-맥주도 유럽산이 강세

‘식사 후식은 미국산 체리 또는 오렌지. 밤늦게 올림픽 경기 보며 마시는 맥주는 벨기에산. 맥주에 곁들인 아몬드와 건포도는 미국산.’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사는 주부 강혜진 씨(32) 가족의 요즘 간식 식단이다. 2, 3년 전만 해도 강 씨 부부의 가계부에는 수박이나 참외 등 과일은 물론이고 맥주, 주스까지 국산이 많이 적혀 있었다. 외국산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구입을 망설이곤 했다.

하지만 최근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외국산 먹을거리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강 씨를 비롯한 많은 한국인들의 식생활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 외국산 농산물, 후식 지도 바꾼다

미국산 과일은 3월 한미 FTA 발효 이후 관세 철폐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9일 집계한 체리의 평균경매가격은 5kg 한 상자에 3만9500원 선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나 하락했다.

가격이 떨어지자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미국산 체리 수입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6%나 급증했다. 국내 소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도도 미국산 수입액이 같은 기간 23% 증가했다.

여름철 수요가 폭증하는 주스나 맥주도 유럽산이 강세다. 최근 3년간 국내 맥주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인 나라는 체코(654%), 이탈리아(215%), 영국(198%) 순이다. 반면 전통적인 ‘여름철 과일의 맹주’인 국산 수박과 참외의 6월 판매증가율(이마트 기준)은 각각 전년 대비 9.4%, 8.5%에 그쳤다.

○ 소비자 후생 높이지만 국산 경쟁력 길러야

미국산 호두와 아몬드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30∼50% 수입액이 늘 정도로 수요가 많아졌다. 심지어 미국산 잎담배도 수입량이 2배로 늘었고 외국산 커피, 코코아 조제품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외국산 농산물의 가격 인하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긍정적인 면이 크다. 하지만 수입 농산물 중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은 국산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생산이 가능한 체리는 지난해 생산량이 수입량의 3.7%(236t)에 불과하다.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특히 체리 수입 급증은 국내산 여름철 과일의 소비를 대체할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하다”며 “품종개량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면 국산 체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외국산 농산물#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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