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美-中까지 ‘침체의 전염’, 유럽발 위기에 요동치는 3대 경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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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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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 경기가 약 3년 만에 최악의 위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화하면서 미국 중국 아시아 등 세계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유럽발 제조업 침체가 중국을 거쳐 그나마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미국에까지 번지면서 세계 3대 경제권의 제조업이 동반 추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은 올해 초 자동차, 정보기술(IT) 산업 등의 호조로 경기침체가 끝나가고 있다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제조업이 가라앉는 형국으로 급반전하고 있다.

○ 9·11테러만큼 미국에 충격파 던진 유로존 위기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제조업종의 생산과 주문, 수출실적 등을 종합 집계해 2일 발표한 6월 미국의 제조업지수는 49.7로 전월의 53.5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 예상치(52.0)보다 크게 낮은 것은 물론이고 2009년 7월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50) 아래로 떨어졌다.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 아래로 떨어지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제조업체들의 생산 주문량을 나타내는 신규 수주지수는 전월의 60.1에서 47.8로 급락했다. 이는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9월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9·11테러만큼이나 미 제조업에 충격을 준 것은 역시 유로존 위기였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6월 제조업지수는) 유럽에서 시작된 세계 경제 침체가 미국 경제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며 “우리도 전염병에 감염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 6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1∼3월) 미국 국내총생산(GDP) 확정치는 미 제조업체에 미친 유로존 위기의 여파가 얼마나 컸는지 뚜렷이 보여준다. 이 기간 미국 기업이 국내에서 올린 이익은 10%나 껑충 뛰면서 ‘안방 장사’는 호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유럽 등 해외 수출이 4.2% 감소해 해외에서 거둔 이익은 12%나 급감했다. 이 여파로 1분기 미국 기업의 이익은 68억 달러(약 7조9000억 원)나 감소했다.

○ 해결사 역할이 점점 어려워지는 중국

2일 미국에 앞서 발표된 유로존의 제조업 지표도 기준치 50을 훨씬 밑돈 45.1을 기록하면서 11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유로존의 버팀목이었던 독일의 제조업지수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45.0)으로 떨어졌다. 제조업이 흔들리면서 1일 유럽연합(EU) 통계청이 발표한 유로존의 5월 실업률은 11.1%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미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의 주요 2개국(G2)인 중국의 제조업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서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견인했던 중국에 예전과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는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HSBC가 2일 발표한 6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48.2로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째 기준치(5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가통계국과 물류구매연합회가 1일 발표한 6월 신규수출주문지수는 47.5로 전월보다 2.9포인트 떨어져 작년 12월 이후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수입지수도 46.5로 1.6포인트 하락해 중국의 수출입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보여줬다.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은 “올해 중국 교역량이 10% 정도 증가할 수 있겠지만 무역여건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 3대 경제권 동반 침체 살릴 묘안은

6월은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3대 경제권의 제조업이 모두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분기점이 되었다.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11월 대통령 선거로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보다 정쟁에 몰두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처럼 미국과 중국에서 제조업의 침체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EU 정상들이 최근 내놓은 유로존 위기 국가들의 국채 매입과 재정에서 돈을 쏟아 부어 성장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도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립 서비스’에 가깝다.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3대 경제권 중앙은행의 공조가 가장 유력해보이며 시장에서도 이를 고대하고 있다.

이번 주 유럽중앙은행(ECB) 금리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도 6월에 이어 추가 금리 인하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 큰 관심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제3차 양적완화(QE3·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중에 직접 돈을 푸는 것) 조치를 언제 단행할지다. 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2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력한 차기 부양책은 QE3 카드뿐”이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경제권#제조업#유로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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