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그리스 선택의 날… 세계가 벌써 얼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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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운명 가를 2차 총선
G20, 유동성 공급 공조 채비
유로존, 긴축안 완화 준비중

그리스 2차 총선(17일) 이틀 전인 15일, 아테네 시내는 이곳이 총선을 앞둔 곳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차분했다. 흔한 선거 공보나 현수막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에 앞서 14일 밤 아테네 시내 6개 대로가 모이는 교통의 동맥인 오모니아 광장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당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가 주먹을 불끈 쥐고 열변을 토했다. 그가 “메르켈의 유럽은 과거다. 우리는 미래의 유럽을 믿는다”고 외치자 8000여 명의 지지자는 환호했다.

한 시민은 “시리자가 원하는 것은 그리스의 파탄 상태”라고 냉소를 나타낸 반면 또 다른 시민은 “지난 40여 년간 부정과 부패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나마 시리자는 변화할 여지를 준다”며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제1당이 될 가능성이 큰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는 북부 테살로니키 유세에서 “구제금융 재협상을 위해 유로존에 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리스 증시는 이번 총선에서 긴축에 찬성하는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전날 10.1% 급상승한 데 이어 15일도 상승세로 출발했다.

그리스의 선택을 앞두고 18, 19일 멕시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공조 채비를 마련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총선 후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등 금융 불안에 대비하는 것이다. 유로존 관리들도 그리스 구제금융의 금리 추가 인하와 상환기간 연장, 그리스 공공부문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유럽개발은행(EIB) 지원 등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는 그렉시트(Grexit·Greece Exit)로 치달을지, 극단적 선택으로 치닫지 않기 위한 그리스 안팎의 노력이 효과를 거둘지를 가름하는 운명의 날을 앞두고 세계는 문명의 발상지 아테네를 숨죽인 채 바라보고 있다.

아테네=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그리스#총선#유로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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