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中, G2 굳힐 기회? 경기부양 구원투수로 나설 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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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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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 역학구도 바뀔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제경제가 요동치면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중국에 쏠리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이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G2 내 역학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와 다시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의 위기가 중국에 장기적으로 실보다는 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번 위기가 중국경제에 2008년 금융위기만 한 충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 미국과 유럽에 한바탕 훈계를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 월가는 G2의 역학 구도가 당장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서방 언론은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지지 않고 경제 회복을 이어가야 중국도 살 수 있는 공생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 목소리 높이는 중국-떨떠름한 미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워싱턴의 버릇없는 아이들(naughty boys)이 더 손해를 초래하기 전에 치킨게임을 그만둘 때’라고 밝혔다. 런민일보는 ‘미국과 유럽은 세계경제 회복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벼랑 끝에 선 것은 세계경제가 아니라 워싱턴의 정치’라면서 ‘미국 부채 위기가 발생한 후 국제사회는 줄곧 이를 코미디로 여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하루 앞서 신화통신은 ‘미국은 빚 중독을 고치려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능력껏 살아야 한다는 상식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이런 신경질적인 반응은 미국에서 3차 양적완화설이 솔솔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돈을 더 풀면 중국의 달러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중국경제를 괴롭혀온 인플레 부담 등이 가중된다.

‘중국식 발전노선’의 우수성도 부각되고 있다. 런민일보사가 발행하는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의 길을 따라간다면 영원히 미국 뒤에서 미국의 흥망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경제구조의 전환을 통해 자신만의 발전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서방언론과 월가는 중국의 이런 비판이 귀에 거슬리지만 크게 할 말이 없는 듯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날 중국이 그동안 자국의 필요에 의해 미국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공생을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갑자기 이런 공생구도를 비판하는 게 내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사면서 미국은 저금리를 이어갔고 이로 인해 미국 시민들은 소비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이는 중국의 대미수출을 늘려줬고 이 흑자는 중국의 G2 등극에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 중국, 이번에도 구원투수 역할 할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은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으로 세계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런민일보는 이번 미국과 유럽의 위기가 여러 은행이 도산 위기를 맞았던 2008년 당시의 위기에 필적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우선 대규모 경기부양이 필요했던 2008년과 달리 현재는 중국의 경기가 나쁘지 않다. 이달 초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9.6%로 예상했다. 작년 한 해 10.3%보다는 다소 하락한 것이지만 이런 점진적인 성장 둔화는 중국이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중국이 경기 부양을 택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물가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08년 6월 7.1% 이래 최대치인 6.4%를 기록했고 9일 발표되는 7월 CPI 역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단기적으로 오히려 기준금리를 올려 긴축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중국은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을 제어하려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번 연속 올렸다.

○ 위안화 국제화의 호기?

중국은 이참에 숙원인 위안화 국제화를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 궈톈융(郭田勇) 중국 재경대 금융학원 교수는 최근 중궈신원(中國新聞)망에서 “미국이 채권국들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채무상한선을 올리는 것은 달러화의 독점적 지위 때문”이라며 “달러화 지위가 계속 약화되는 상황에서 위안화의 시장 지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샤빈(夏斌) 런민은행 화폐정책위원은 “이번 위기 등으로 볼 때 미국은 이미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며 “중국은 반드시 위안화 국제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글쎄올시다”라는 반응이다.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안전한 자산인 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은 외환의 60% 이상을 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보유외환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2%를 갓 넘긴 상태다.

한편 중국이 올해부터 추진 중인 12차 5개년 경제계획(12·5규획)의 핵심 목표인 내수 주도의 경제성장 방식 전환에 이번 위기는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위기로 중국경제 역시 단기적인 고통을 겪을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면 장기적으로는 더욱 건강한 체질로 거듭날 수 있다”고 이날 분석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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