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인 방문객 통계 공개 안해… 업계 “여행자 안전 파악 구멍”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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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관광 냉전’ 6개월째
中손님 잃은 여행사, 동남아 선회… 제살깎기 경쟁으로 업계 위기감
日 관광객은 北도발에 민감 반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인한 한중 냉전이 6개월째 계속되면서 한국 관광시장의 냉기도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인 방중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아 중국 여행 또는 체류 한국민의 안전도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정세 불안이 가중되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인바운드 관광시장의 위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11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의 대외관광홍보기관인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홈페이지에는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 및 주요 국가 관광객 현황 통계가 완전히 사라졌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국 관계자는 “올 3월 초 한국 관광 금지 조치를 내리기 직전인 지난해 말부터 돌연 중국 본국의 여유국 홈페이지에도 월별 관광객 통계 정보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지국 홈페이지에 남아 있던 예전 통계도 지금은 지워진 상태.

이 때문에 중국의 발표 자료에 의존해 오던 한국 정부는 중국으로 향하는 한국민의 수는 물론이고 행선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만진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전략팀 팀장은 “2006년 이후 내국인의 출국신고서 작성이 폐지된 상황이라 지금으로서는 상대국이 발표하는 통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정확한 통계가 파악되지 않아 행정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향하는 한국인 여행자의 안전에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자국민의 행선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해외여행자 보호정책이나 여행경보제도 등 안전대책 마련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구정환 한국여행업협회 과장은 “정확한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중국이 큰 시장인 한국의 방문객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외교적 보복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외교 상황인 만큼 임시출국카드를 작성하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중 관광시장의 비정상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그 혼란은 관광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담 여행사 중 90% 이상이 폐·휴업을 하고 있는 데다 중국 손님을 잃은 여행사들이 동남아시아 시장 등으로 몰리면서 제 살 깎기 식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6차 핵실험까지 겹치면서 여행업계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우선 일본인 관광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검색엔진 야후저팬을 통해 ‘한국’ 혹은 ‘한국여행’을 검색하면 ‘한국여행 위험’, ‘한국 붕괴’ 등의 연관 검색어가 가장 먼저 올라올 정도. 일본 요코하마(橫浜)에 살고 있는 일본인 사유리 씨(40)는 기자와의 국제통화에서 “언론에서 연일 한국 내 일본인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등 불안한 이야기를 한다”며 “주위에서도 당분간 한국여행을 하면 안 된다는 사람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의 월별 규모는 올해 3월까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1∼28.1% 증가했으나 4월부터 대폭 감소했다.

1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영훈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보도지원 담당자는 “급변하는 외교 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는 장담할 수 없어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관광객#사드#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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