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 결론…MB·원세훈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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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8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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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왼쪽부터), 이병기,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남재준(왼쪽부터), 이병기,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대법원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를 건넨 전직 국정원장들, 이에 관여한 ‘문고리 3인방’ 사건에서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엇갈렸던 하급심 판단을 대법원이 최종 정리함으로써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회계관계직원 해당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엇갈린 하급심 정리

대법원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와 공모한 ‘문고리 3인방’, 특활비를 상납한 전 국정원장들에게 모두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했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직무 관련 횡령죄를 범하면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국정원 관련 국고손실 혐의 사건들의 쟁점은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지였다.

대법원 판결 전까지 관련 사건에서 하급심 판단은 재판부마다 엇갈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27억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보지 않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는 이유 등으로 파기환송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가 정하고 있는 국고손실죄는 ‘회계관련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상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해 횡령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Δ회계관계직원이 Δ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인식하고 Δ직무에 관해 형법상 횡령죄를 범하면 국고손실죄가 인정된다.

회계관계직원이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이 돼 있다. 회계직원책임법에는 ‘국가재정법’, ‘국가회계법·국고금 관리법’ 등 국가 예산 및 회계에 관계되는 사항을 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수임징수관, 재무관 지출관 등이 대표적이며 그 밖에 국가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2016년 9월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청와대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과 공모해 국정원으로부터 36억5000만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로 보고 해당 혐의에 징역 6년을 선고하고, 2016년 9월 전달된 2억원을 제외한 33억원 추징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고 판단, 회계관계직원인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공모가 인정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국고손실 대신 특가법상 횡령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27억원 추징을 명령했다.

같은 취지로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도 전직 국정원장 3인의 특활비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국정원장은 회계관리직원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건에서도 1심은 국고손실죄를 적용했지만, 2심에서는 국고손실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들은 1,2심에서 모두 국정원장들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봤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도 1,2심 판단이 맞다며,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징역 2년6월, 이재만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6월,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국정원장들은 특별사업비 집행과정에서 직접 그 사용처, 지급시기와 지급할 금액을 확정함으로써 지출원인행위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특별사업비를 실제로 지출하도록 함으로써 자금지출행위에도 관여했다” 며 “회계관계업무에 해당하는 지출원인행위와 자금지출행위를 실질적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별사업비의 집행에 관해 국정원장은 회계직원책임법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확히 판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원세훈 등 사건에도 영향 미칠 듯

이명박 전 대통령/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에 따라 이번 대법원 판단이 현재 재판 중인 다른 국정원 특활비 관련 국고손실 사건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국고손실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를 국고손실로 보는 건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상태다.

이명박정부 시절 민주노총 분열 목적과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불법 공작을 위해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 사용해 국고손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현재 1심이 진행중이다.

이재만(왼쪽부터),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재만(왼쪽부터),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과 연계된 민간인들에게 댓글작업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재판 1심에서는 국정원장을 회계 관계직원이라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뒷조사를 하면서 국가정보원의 자금을 정보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거진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의 1심도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국정원장=회계관계직원’으로 판단한 이상 관련 사건 재판에서도 대법원 판결과 비슷한 취지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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