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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날에는 고궁을 찾는다. 주인 없는 궁궐은 어느 계절에 거닐어도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눈이 흩날리는 겨울 궁궐의 깊은 적요(寂寥)는 떠나버린 왕조의 애절함을 끌어내는 듯해 더욱 감상적이다. 세월의 켜가 쌓인 기와 한 장, 석물 하나에도 하늘이
《“지하철 플랫폼에서 대형 지네나 악어가 굵은 몸통을 밀며 나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노란색 안전선 안에서 줄을 맞춰 기다려도 내가 정말 기다리는 것들은 오지 않았다.”- 윤고은, ‘무중력증후군’》중간고사 스타트를 끊기 하루 전날 밤. 책상 위에 쌓인 책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는 알몸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하인에게 옷을 맡겨 놓고, 미리 정해 놓은 양만큼 일을 끝내기 전에는 절대 옷을 돌려주지 말라고 했던 것.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 ‘레미제라블’ 등 세월을 뛰어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이공계 대학의 작은 실험실을 보는 것 같다. 10m² 남짓한 공간은 각종 실험도구로 빼곡하다. 배율이 다른 전자현미경들, 표면장력계측기, 수분분석기, 색도계, 편광기, 액상 점성분석기, 전자온도계, 진동계측기…. 이름조차 생소한 기구들과 여러 가지 시약병이 네 개의 실
《검붉은 대지를 뒤덮은 뿌연 먼지. 퀴퀴하고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윽고 그들이 보였다.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태양 아래 그 사람들은 이리저리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우연히 나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들은 동물원 원숭이 보듯 뚫어져라 나를 응
혹시 최근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으로 뛰어본 적이 있는가. 지난가을과 달리 숨이 차오르고 머리까지 아파온다면 당신의 체력은 이미 ‘저질’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도(?) 당신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 무렵엔 많은 사람이 겨우내 후덕해진
2월이 되었는데도 강추위가 한창입니다. 주위가 온통 꽁꽁 얼어붙어 황량한 모습뿐입니다. 그나마 다음 주초에는 조금 따뜻해진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네요. 이럴 땐 책상이나 식탁 위에 화사한 꽃송이를 놓아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활력과 기쁨을 주는 꽃 덕분에 집 안 분
《잘 알려진 김선달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김선달이 장 구경을 하다가 닭을 파는 가게 옆을 지나게 됐다. 마침 닭장 안에는 유달리 크고 모양이 좋은 닭 한 마리가 있어서 주인을 불러 그 닭이 ‘봉(鳳)’이 아니냐고 물었다. 봉황 가운데 수컷을 봉이라 부르고, 암컷을 ‘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는 어른들이 소 여물을 만들 때 옆에서 자주 거들었던 기억이 있다. 짚을 작두로 잘게 잘라 큰 솥에 푹 끓여서 줬는데, 소는 그걸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가 없었다. 소가 여물을 여유롭게 질겅질겅 씹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
“1분 만에 한 학기가 결정 나 버렸어….” 8일 오전 수강신청을 마친 한 여학생의 지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나머지 두 과목은 일단 아무 거나 넣어 두자.” “역시 수강신청은 운이야.” 이런저런 하소연이 이어진다. “나, 이번에 올킬 했어(원하는 과목을 다
“너는 참 너답다.” 이강남 씨(70)는 이 말이 가장 듣고 싶다고 했다. 소박한 바람처럼 보이기도, 참 뜬금없는 얘기 같기도 하다. 내가 나답다는 게 뭘까. 그는 자신의 부족한 허물을 꼭꼭 감추려다 보면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 부족함마저 ‘나
추위가 매섭다. 이달 들어 중부지방의 기온이 섭씨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등 기록적인 한파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강추위에 사람들은 오들오들 떨고, 매스컴에서는 연일 추위로 인한 사고 소식이 이어졌다. 세상의 모든 것이 온도의 영향을 받지만 사람은 특히 온도에 민
“많은 것을 버리고 와야 합니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비우고 와야 한옥에서 제대로 시작할 수 있어요. 아파트에서 살다 5년 전 북촌(정확히는 서울 종로구 계동)에 한옥을 지어 이사 온 도시계획가 이석우 씨. 그는 한옥에 살고픈 사람들에게 하고 싶다는 말로
《“아직 시작도 안 했어.” -‘키즈 리턴’(1996년)》소리가 나는 그림을 이따금 만난다. 손등을 물어뜯어 짓눌러 끄려 하는데 귓등 언저리로 새어나와 버린 흐느낌 같은 소리다. 언저리 발소리 숨소리가 묘하게 잦아든다. 감상은 행복하다. 하지만 매번 드는 생각은 그 화
맛있는 커피와 좋은 커피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맛이라는 것은 개인의 기호(嗜好)에 달려있기 때문에 아무리 상품으로서 좋은 커피라 해도 맛없는 커피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좋은 커피에는 오랜 세월 동안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헌신해서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