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공격 예고에 또다시 길 떠나는 가자 주민들…“피난 구역도 포화 상태”

  • 뉴스1
  • 입력 2024년 5월 7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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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피령을 내리고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면서 어렵게 전쟁을 피한 민간인들이 다시 피란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구역’으로 안내한 인근 해안가 일대가 이미 포화한 나머지 피란민들이 “더는 갈 곳이 없다”고 좌절하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 약 10만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대피 명령을 내리며 라파 북서쪽 해안가 마을인 알마와시로 이동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이날 라파 곳곳에서는 수천 명의 주민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알마와시로 향햐는 모습이 포착됐다. 피란민들은 저마다 트럭과 리어카, 달구지에 짐을 한가득 싣고 지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피란민들은 라파를 떠나는 와중에도 이스라엘군의 며칠간 계속된 공습과 오랜 피란 생활로 두려움을 호소했다.

낡은 픽업트럭으로 짐을 운반하던 루카야 야흐야 바바(18)는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발발한 이래 현재까지 다섯 번이나 피난길에 올랐다며 “우리는 겁에 질렸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동네에는 폭탄이 하루 종일 쏟아져서 끔찍하고 무서운 밤을 보냈다”라며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불안에 떨었다.

가족과 함께 알마와시로 향하던 피란민 압둘라 아부 헤이쉬(45)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재산과 기억을 남기고 죽음을 피해 움직이고 있다”라며 “세상이 우리를 보호하고 공격으로부터 막아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불행히 그런 일은 없어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피란민 중에는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된 알마와시로 향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근 알마와시에 도착했다는 압둘 라흐만 아부 자자르(36)는 “(알마와시는) 이미 피란민들로 가득 차서 텐트를 친 공간도 충분치 않다”라며 “(더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가디언은 알마와시에 최근까지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어지고 생활을 위한 그 어떠한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라파 주민들이 쉽게 피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의 기획 책임자인 샘 로즈도 NYT에 알마와시 곳곳에 이스라엘군의 불발탄이 산재해 있어 피란민 수용에는 부적합한 지역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의 라파 대피령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라파 지상 침공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협상 타결을 위해 더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라파 대피령을 “용납할 수 없다”라며 “더 많은 전쟁과 기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라파에는 가자지구 북부 등에서 건너온 140만여명의 피란민이 몰려있다.

이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지상군 진입 시 대규모 인명피해가 예상된다며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격을 극구 만류해 왔다.

이를 의식한 이스라엘은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 전 약 2~3주간 주민들을 대피시킨 후 소규모 작전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알마와시에 인도주의적 구역을 설정하고 인근 칸유니스에 대규모 텐트촌을 건설하는 등의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100만명이 넘는 인원을 한 번에 대피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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