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옮기고 씨 뿌리고…갈라파고스 생태계 회복 돕는 ‘이 동물’

  • 뉴시스
  • 입력 2024년 2월 21일 18시 11분


코멘트

질긴 나무 먹어 치우고, 땅 다지는 거대한 초식동물 '거북'
에스파뇰라섬내 개체 급증…50년만에 14마리→3000마리


영국 BBC가 20일(현지시간) 과거 인간에 의해 파괴됐던 갈라파고스 제도 남단 에스파뇰라섬에 서식하던 거북들이 수십 년 만에 돌아온 이후로 섬 생태계 전체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약 400만 년 전 형성된 에스파뇰라섬은 과거 거북 8000마리 가량이 서식하는 풍부한 생태계를 자랑했다. 그러나 1800년대 해적·포경선 등이 유입되며 섬의 거북 종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또한 이들이 가져온 염소가 증식하며 토착 식물을 먹어 치웠다.

1970년대까지 거북 서식지 대부분이 파괴되며 거북 개체수는 14마리(암컷 12마리, 수컷2마리)까지 감소했다.

1964~1974년 당국은 거북 복원 사업을 위해 에스파뇰라섬 출신 거북들을 산타크루스섬 다윈연구소로 이송했다. 특히 이 중 암컷 거북 ‘디에고’는 수십 년간 거북 800마리 이상을 번식해 내며 멸종 위기 극복에 크게 이바지했다.

소임을 다한 디에고와 10여 마리의 에스파뇰라섬 거북은 2020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BBC는 디에고의 귀환에 이어 현재 에스파뇰라섬의 거북 개체수가 3000마리까지 증가하며 토착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알렸다.

버지니아공대 보존 생물학자 엘리자베스 헌터는 거북이가 생태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거북이는 목본식물(나무 등 줄기·뿌리가 비대하고 질이 단단한 식물) 증식을 억제해 다른 종·서식지의 연쇄적인 피해를 막는다.

헌터는 갈라파고스의 거대한 거북들이 “매년 수백 ㎏의 초목을 먹고, 덤불을 솎아내고, 먹지 않는 식물은 짓밟아 땅을 다진다”라고 전했다.

BBC는 알바트로스 새를 예시로 들었다. 에스파뇰라섬이 주 번식처인 알바트로스는 거북들이 다져둔 자리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섬에서 거북이 사라지자 번식이 어려워진 알바트로스는 1960년대 국제보호조로 지정됐다.

또한 육지 거북인 갈라파고스 거북은 수상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토양·배설물 등을 수중에 퍼뜨려 영양·산소 공급이 원활한 수생 환경을 조성한다. BBC는 거북 한 마리가 연못에서 나올 때마다 최대 0.5㎏의 진흙이 옮겨지며, 섬 전체 거북들이 1년간 수t의 흙을 옮긴다고 추산했다.

보도에 따르면 갈라파고스 거북은 토착 식물의 발아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거북은 ‘엄청난 종자 분산자’로서 2주간 최대 10㎞를 걸으며 수천개의 씨앗을 뿌린다.

이를 두고 BBC는 파괴됐던 섬의 자연환경이 ‘거북의 귀환’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생태계 회복이 이루어지는 긴 과정을 미래 세대가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