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광부 집안 아들 라이칭더, 대만 총통에 올랐다

  • 뉴스1
  • 입력 2024년 1월 13일 2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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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64) 후보가 당선됐다.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패배를 인정, 국민당에서는 라이 후보에게 당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로써 민진당은 전례 없는 3연임 기록을 세우게 됐다.

국민당은 허 후보의 패배를 인정하며 라이 당선인에게 당선 축하의 말을 전했다.

1996년 총통 선거 이후 대만에서는 특정 정당이 8년 이상 정권을 이어간 사례가 없었는데, 라이 당선인이 승리하며 민진당은 전례 없는 3연임 기록을 세우게 됐다. 대만 총통 임기는 4년제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미중 대리전’으로도 평가받는 이번 선거에서 대만 정권이 8년 만에 친미·독립 성향을 버리고 친중 노선을 선택하게 될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선거는 양안(중국-대만) 관계에 있어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민진당의 라이 당선인,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하는 국민당 허 후보 그리고 양안관계를 개선하길 원하는 민중당 커 후보 간 치열한 3파전 양상을 보였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과거 자신을 “대만 독립을 위한 실용주의적 노동자”라 소개해 중국을 격분하게 했고 미국엔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총통 후보로 나와선 중국과 “현상 유지”를 원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는 차이잉원 현 총통의 친미 정책을 계승하고, 경제 교류는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만 역사상 최초의 의사 출신 총통이기도 하다.

타이베이현 완리향(현 신베이시 완리구)의 가난한 광부 집안에서 태어나 지룽시 북부 해안가에서 자란 라이 당선인의 삶은 비극으로 시작됐다. 그의 부친은 광부로 일했는데 라이 당선인이 2살 때 탄광 폭발 사고로 사망했고, 모친이 홀로 여섯 자녀를 키웠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에선 두각을 나타냈다. 건국고등중학을 졸업하고 1978년 국립대만대학 의학원 재활학과에 입학했고, 졸업한 뒤에는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이후, 국립성공대학 의대 학사후의학과에 진학해 1991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받았다.

신장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뒤 의사로 일하다가 하버드대 공공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타이완성 성장 선거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것을 계기로 정치에 열망을 갖게 됐고, 1996년 타이난 지역구 국민대표로 당선돼 정계에 본격 입문했다. 이후, 입법위원(국회의원) 4선에 성공했다.

이어, 2010년부터 타이난 시장을 지냈고, 2017년 차이잉원 정부의 두 번째 행정원장(총리)에 임명됐다. 2019년 민진당 내총통 후보 경선에서 차이잉원 현 총통과 경합했다가 패배한 후 그의 러닝메이트가 됐고, 2020년 5월 차이 총통이 당선되며 부총통이 됐다.

대만 국민들이 정권 유지를 선택함에 따라 양안 해협에선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될 우려도 커지게 됐다.

중국은 대만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양안 통일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왔다.

중국의 숙원이 ‘대만 통일’인 만큼 대만의 정치 지형 변화 혹은 미국과의 갈등 심화에 따라 중국의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대만의 외교 정책이 결정되는 총통 선거에 전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만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번 총통 선거를 앞두고 라이 당선인을 콕 집어 민진당 정권 유지시 대만에 전쟁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라이 당선인은 그간 중국과의 긴장감을 줄이는 차원에서 대만 독립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는 이미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으로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분리를 공식화하고 중국 침략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왔다.

데이비슨 대학의 대만 정치 전문가인 셸리 리거는 워싱턴포스트(WP)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라이가 차이보다 더 나쁘다고 확실히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투표율에 대해 TVBS는 75% 전후로 예상했다.

(서울·타이베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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