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멘 후티반군 막겠다 했지만…해운사 연이어 항로 변경

  • 뉴스1
  • 입력 2023년 12월 20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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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예멘 후티반군의 민간 상선 공격으로 불안정해진 홍해 지역의 치안을 위해 다국적 함대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규모 해운사들이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대체 항로를 모색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후티 반군이 활발히 활동 중인 홍해는 인도양과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잇는 길목에 있어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상품 무역량의 12%를 차지한다.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된 원유와 천연가스가 유럽과 북미로 수출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에 미국은 해군은 다국적 부대를 이끌고 후티 반군의 공격을 막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수로를 저속으로 통과하는 개별 선박 또는 선박 그룹을 호위할 방침이다.

제임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이번 조치는 해운 회사들이 안심하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안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한 이러한 특정 공격이 국제 운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구축함과 순양함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퇴역 미 해군 대령 진 모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해군 함정이 이 지역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했던 것과 달리, 현재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교통량이 너무 많아서 호위 호송에 의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번영 수호자 작전’의 기간이나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참여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중동 국가 중에서는 오직 바레인만이 다국적군에 가입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분석가 그레고리 브루는 미국이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과 이 지역에 대한 상업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러 국가들이 후티 반군 문제와 관련 뚜렷하게 편을 선택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은 무엇보다도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주요 강대국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르(UAE)를 연합에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유국인 두 국가는 모두 후티 반군의 최근 활동으로 석유 운송로가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또한 홍해를 통해 막대한 양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뿔 지대에 위치한 지부티 인근에 군 기지를 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에 가입하기를 꺼리고 있어, 이번 후티 반군에 대응하는 다국적군에게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대 해운사들은 결국 희방봉을 거쳐 돌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컨테이너 선단을 운영하는 AP 몰러-머스크는 “고도로 고조된 보안 상황”을 이유로 희망봉을 경유하여 아프리카 주변 항로를 변경했다.

그러나 이는 항해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클락슨의 연구 책임자 스티븐 고든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아시아에서 북유럽으로 여행하면 기간이 31일에서 40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아프리카 희망봉 루트는 두 배의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항해당 수천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비용은 소비자가 감당해야 한다.

선박 추적 서비스인 마리트레이스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18일 저녁 기준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홍해를 통과하는 선박은 210척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달에는 선박 약 330척이 이 지역을 통과했다.

AP몰러-머스크 이외에도 대형 해운사들이 연이어 항로를 희망봉 경로로 수정하는 등 홍해 지역을 피하고 있다. 대만에 본사를 둔 에버그린 마린은 이번 주에 “즉각적인 효력을 발휘하여 이스라엘 화물을 일시적으로 수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컨테이너 선박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홍해 항해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독일 회사인 하파그로이드와 스위스 MSC, 프랑스 마르세유에 본사를 둔 CMA CGM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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