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공산당의 잠재적인 최고 지도자로 여겨졌지만, 시진핑에게 추월당한 인물” “자유주의 성향을 띤 시장 개혁 옹호자” “마지막 임기에 시 주석의 ‘충신 그룹’에 포함되지 않았던 유일한 최고위급 인사”
퇴임 8개월만에 갑작스러운 심장병으로 생을 마감한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중국중앙(CC)TV는 CCTV는 리 전 총리가 상하이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지난 26일 돌연 심장병을 겪었고, 응급 구조를 위한 최선의 노력에도 결국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온건한 자유주의 시장경제 지지자…시진핑에 밀려 무력해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부고를 전하며 “시진핑 주석과 10년간 함께 일하며 온화한 태도로 일했고, 시 주석의 강경 정책에 직접적으로 도전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NYT는 한때 리 전 총리가 중국 공산당의 잠재적인 최고 지도자로 여겨졌으나 결국 시 주석에게 추월당했고 2013년 2인자인 국무원 총리가 됐다고 전했다.
중국의 정치 블로거 스페이커(石扉客)는 리 전 총리를 “자유주의 성향을 가진 시장 개혁의 옹호자로 기억할 것”이라며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스페이커는 중국 SNS 플랫폼 위챗에 “리 전 총리는 강압적인 정치인도 아니었고 능숙한 대중 연설가도 아니었지만, 그가 생전에 남긴 말들은 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와 정부 효율화 등의 키워드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시대의 방향과 일치했던 이 노인이 편히 잠들기를!”이라고 추모했다.
로이터통신 또한 리 전 총리가 비교적 자유주의적인 시장경제의 지지자로 보였지만,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 주석의 의지에 굴복해야만 했다고 평가했다.
호주 중국정책센터의 애덤 니 연구원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리 전 총리를 “개혁개방을 추구하던 중국이 급속도로 방향을 바꾸면서 무력해진 총리였다”고 회고했다.
◇“중국 통계는 사람이 만든 것” 솔직 발언
2007년 리 전 총리는 랴오닝성 당서기로 있을 시절 당시 주중 미국대사였던 클라크 랜트 주니어의 관저를 방문해 “중국의 경제 통계는 사람이 만든 것”이라며 신뢰할 수 없다고 솔직히 털어놔 주목받았다.
당시 리 전 총리는 철도 물동량과 전력 소비량, 은행 신규 대출 등 더 세분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부풀려진 국내총생산(GDP)을 보정할 지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일화와 관련해 “그때까지만 해도 리 전 총리는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며 “그는 공산당의 정점에 도달한 적은 없지만 근접했고 중국의 공식 통계에 대한 그의 평가는 경제학자들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평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는 리 전 총리가 마지막 인기에는 시 주석의 충신 그룹에 속하지 않은 유일한 현직 최고위급 인사였던 점을 짚었다.
AFP통신은 한때 그가 개혁 지향적인 관료였으나 시 주석에 의해 가려져 있던 인물이었다며 “강경한 동료들에 비해 더 현대적인 공산당 관리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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