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이 산불은 美비밀무기 실험 때문?” 음모론 봇물… 배후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2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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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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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회 혼란을 노린 각종 음모론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하와이 마우이섬의 대규모 산불을 두고는 ‘미군이 비밀무기를 실험하다 불을 냈다’는 중국발 음모론이 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해서도 극우 진영에서 근거 없는 대규모 봉쇄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노린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 결과 최소 115명이 사망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를 두고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날씨를 이용한 ‘기상 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하는 과정에 마우이섬에 불을 냈고, 이 사실을 영국의 해외정보국(MI6)이 파악했다는 것이다.

해당 음모론의 배후로 중국 정부가 지목된다. 중국은 이 음모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한 조작 사진까지 만들어 레딧 등 여러 소셜미디어(SNS)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음모론의 파급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대형 자연재해를 음모론의 소재로 사용한 중국에 대해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세계) 지도국을 꿈꾸는 나라로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사이버보안업체인 레코디드퓨처의 브라이언 리스턴 연구원은 “중국이 자신의 이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 음모론을 퍼트리는 것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음모론 생산에 적극적인 이유는 내년 미국 대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YT는 “(음모론) 양상은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 직전인 2015년부터 보였던 패턴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16년 미 대선 기간에 온라인상에서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봇(자동으로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을 올리는 계정)과 가짜 계정을 운영했다. 최근에는 마우이섬 화재 이후 X(옛 트위터) 유령 계정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돈으로 산불 피해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을 퍼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역을 위한 대규모 봉쇄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는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은 14.1%로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인데, 이를 이용한 정치권의 ‘공포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것.

NYT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지난달부터 극우파 웹사이트에서는 ‘플랜데믹(plandemic)’과 ‘스캠데믹(scamdemic)’이란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pandemic)’과 계획을 뜻하는 ‘플랜(plan)’, 사기를 의미하는 ‘스캠(scam)’의 합성어인 두 단어는 미국 정부가 계획적으로 코로나19를 퍼뜨리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비판했던 공화당 정치인도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에 “좌파 미치광이들은 코로나19 변형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적 공포를 유발해 대규모 봉쇄 조치를 다시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극우파 사이에서 영향력이 높은 방송인 잭 포소비엑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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