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반정부 정치범 222명 미국으로 추방…국적도 박탈

  • 뉴시스
  • 입력 2023년 2월 15일 0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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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지난 주 야당정치인, 사제들, 학생들, 시민운동가를 비롯한 반정부 시위 가담자와 정치범 222명을 미국으로 추방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석방을 요구해온 이들 정치범들을 한꺼번에 출옥시켜 미국으로 보낸 뒤 국적까지 박탈했다. 정치 분석가들과 인권단체, 법률전문가들은 이는 정치적인 보복이자 전례없는 국제법 위반 행위로 서반구에서는 그 규모와 충격이 가장 큰 추방 사건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의 추방은 오르테가 정부가 2018년부터 국민의 반정부 시위를 잔혹하게 무력 진압하면서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오르테가는 이들 재소자들을 ‘반역자’라 부르면서 이들이 자신을 축출하려는 외세의 자금 제공에 힘입어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고 부추겨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정부의 강경 진압과 체포로 수 십만 명의 니카라과 국민이 국외로 탈출하거나 이민 길을 떠났다.

이들은 오르테가에게는 국제적으로 약점이 되어 있으며 특히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은 정치범 투옥을 이유로 니카라과에 대해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세계 분쟁지역을 감시하는 국제 비영리기구 ‘국제 위기그룹’의 이반 브리스코 대표는 이번 석방이 오르테가의 독재체제 유지에 드는 비용을 최소로 절감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분석한다.

“눈에 띄는 저항이나 폭력 없이 낮은 수준의 독재정치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오르테가의 목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기자회견에서 “ 니카라과의 정치범 석방은 건설적인 첫 걸음”이라며 바이든 정부도 두 나라의 대화를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르테가가 장악한 국회가 석방과 동시에 그들의 국적을 박탈하고 추방한 것은 국제사회의 큰 비난을 사고 있다. 아직 2차투표로 개헌이 확정돼야 효력을 발휘하지만, 1차투표에서 여당의원들은 압도적으로 석방자들의 국적 박탈을 결의했다.

이는 국제법 위반이며 1961년 유엔이 결의한 무국적자 방지를 위한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미 템플대학교의 국제법 전문가 피터 스피로 교수는 말한다.

유엔이 통과시킨 조약에 따르면 “세계 어느나라 정부도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구성원의 국적을 인종적, 종교적, 정치적 이유로 박탈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스피로 교수는 어떤 사람이 한 나라의 국적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할 경우 먼저의 국가가 국적을 박탈해 2중 국적을 방지할 수는 있지만, 국적 박탈을 정치적 무기나 보복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추방된 니카라과 인들에게 2년간의 특별 보호 신분을 허락했고 스페인은 222명 모두에게 스페인 국적 취득을 제안했다.

하지만 수많은 정치범 이민들을 상대해 본 미국 카터센터의 라틴 아메리카 담당관 제니 링컨은 미국에 살고 있는 정치범 출신들은 대부분 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란과 소외감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추방 자체가 인권침해인데다가 감옥에서 갑자기 비행기 편으로 미국에 던지진 사람들은 충격도 크고 정신적으로는 무국적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르테가의 비판자였던 니카라과 가톨릭 교회의 로날도 알바레스 주교가 미국행을 거부하고 국내에 남기로 한데 대해 특히 걱정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간다면 자기가 짓지도 않은 범죄를 시인하는 꼴이라며 비행기 탑승을 거부했다.

그러자 오르테가는 알바레스에게 26년 형을 선고하고 악명 높은 교도소에 집어 넣은 뒤 국내에서 시민권을 박탈했다.

미 국무부는 이에 항의했지만 알바레스주교는 미국으로 간 사람들보다 더 극심한 법률적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됐다.

지금까지 아무도 알베레스를 만나거나 그가 안전한지, 살아는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에 관해서 질문을 받은 사람도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물거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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