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후 박물관 박제돼 쉬지 못한 ‘아일랜드 거인’, 200여년 만 영면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12일 16시 43분


코멘트
사망 이후로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박물관에 전시된 채 잠들지 못했던 ‘아일랜드 거인’ 유골이 전시품 목록에서 마침내 제외될 예정이다.

영국 CNN은 12일(현지시간) 영국 왕립 외과 대학(RCS) 소속 헌터니언 박물관이 가장 유명한 전시품이었던 ‘찰스 번의 유골’을 더 이상 전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찰스 번은 18세기 아일랜드에 거주했던 남성으로, 뇌하수체 이상으로 인해 신장이 약 230㎝까지 자라나 ‘아일랜드의 거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번은 말년에 자신의 독보적인 신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돈을 받음으로써 생계를 꾸렸지만, 사망한 이후에도 대중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바다에 해장(海葬)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이런 번의 소원은 성취되지 못했다. 헌터니언 박물관을 소유하고 있던 외과 의사 존 헌터는 번이 사망한 1783년에 번의 지인들에게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시신을 넘겨받았고, 번의 거대한 유골은 헌터의 박물관에 고스란히 전시됐다. 번의 유골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후로 2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박물관에 전시돼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 이용됐다.

지난 2011년, 윤리학자 렌 도얄과 변호사 토마스 마인저는 번의 유골 전시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논문을 영국 의학 저널에 발표했다. 도얄은 논문에서 “번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본인의 시신을 바다에 수장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헌터가 이들에게 막대한 뒷돈을 주며 관 속에 들어있던 번의 시신을 무거운 물건으로 바꿔치기했다. 이후 번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수백 년간 고통받아야만 했다”라고 서술했다.

논문 등재 이후 12년, 번의 죽음 이후 240년이 흐른 올해 초, RCS는 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될 헌터니언 박물관의 전시 목록에서 찰스 번의 유골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 존 헌터와 같은 18세기 해부학자들과 외과 의사들은 오늘날에는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많은 표본을 얻었으며, 이와 같은 유해들은 앞으로도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