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270일, 개전 후 어린이 최소 437명 등 민간인 8천명 사망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21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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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9개월(270일)째가 되는 날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어린이 최소 437명을 포함해 민간인 80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점령중인 우크라이나 중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일대에서는 이날 대규모 폭발이 12회 가량 발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양측의 소행이라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양측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원전에 대한 공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양측에 촉구했다.

CNN,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운영사 로스에네르고아톰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원전에 15차례 포격을 감행했다”며 “원전 시설 일부에 피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로스에네르고아톰은 자포리자 원전 단지 내 사용 후 핵 연료보관 건물 등에 포탄이 떨어졌지만 이로 인한 방사능 물질의 유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자포리자 원전 피해는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포탄의 결과”라며 “이번 포격은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드니프로페트롭스크주(州)의 마르하네츠 마을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전 주변의 방사능 상황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IAEA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로스에네르고아톰) 전문가들이 피해 관련 상황을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이 운영 중이던 자포리자 원전 운영·통제권을 자국 원전기업 로사톰에 완전히 넘기면서 새로 출범한 국영 기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자포리자 병합 이후 관련 대통령령에 서명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전력망에 연결돼 있는 기존 자포리자 원전을 분리해서 러시아 전력시스템으로의 연결을 추진, 크름반도와 돈바스 지역으로의 전원공급을 모색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주장하고 있다.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6기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개전 초 러시아가 이곳을 점령한 이후 지속된 포격으로 5기의 원자로 가동은 중단됐으며 1기의 원자로만 가동 중에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자포리자 일대 교전으로 인해 원자로에 전력을 공급하는 정규 전력공급선 4개 가운데 3개는 파손됐다. 지난 7월부터서는 1개의 정규 전력공급선만으로 원전 가동을 유지하고 있다.

외부 전력망 분리로 일정 시간 이상 냉각 시스템이 멈춘다면 원자로 노심이 녹아 내리는 멜트다운이라는 최악의 핵재앙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8월과 9월에도 포격으로 인해 외부 전력공급이 차단, 백업용 발전기를 통해 예비전력을 유지한 바 있다.

기존 원전 운영사인 우크라이나 에네르고아톰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시설에 최소 12차례의 포격을 감행했다”며 “재가동을 준비 중인 원자로 시설 일부를 겨냥했으며, 우크라이나가 전력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에너지 인프라 시설을 집중 파괴한 러시아군에 의해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자국민에게 제공하려하자 러시아측이 고의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IAEA는 성명에서 “어제(19일) 저녁과 오늘 오전 12건 이상의 폭발음이 들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원전 건물과 일부 장비가 파손됐지만 원전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배후가 누구든 (포격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당신들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양측에 포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전선 가운데 루한스크 영토 탈환을 위한 진격에 나서면서 러시아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다. 악화된 기상 여건에 따라 포격전 위주의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정례화상 연설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는 도네츠크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아군은 나쁜 기상 조건 속에서도 루한스크로 조금씩 진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간) 직접적인 교전은 줄어들었지만 침략군의 포격 횟수는 극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동부 지역에서 하루 400회에 가까운 포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개로 러시아군은 북부 수미주의 민간 인프라 겨냥한 공습도 병행했다.

드미트로 지비츠키 수미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적군이 수미주 접경 빌로프리우야 마을에 22차례의 공습을 감행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상점의 전력시설과 가스공급 라인이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최소 437명의 어린이가 사망했으며, 민간인 8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14일 펴낸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408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6557명이 숨졌으며, 750명의 어린이를 비롯해 1만74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부 미콜라이우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인해 1·2차 세계대전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우크라이나의 오래된 성당이 파괴됐다고 CNN이 우크라이나 공영방송 서스필린을 인용 보도했다.

서스필린은 “미콜라이우시(市)에서 동쪽으로 43㎞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성당이 러시아군의 포격에 의해 벽 일부만 남겨두고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올렉산드르 신부는 “포격 전에 많은 작품을 별도로 이동 보관했지만 비와 들쥐로 인해 오래된 유품들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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