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54회 등 러 동원령 소요 격화…푸틴, 진정 못시키고 있어”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28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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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선포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반전 시위가 격화되고 극심한 사회 혼란상이 초래되면서 푸틴 대통령이 사태 진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선포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니즈니노브고로드·칼리닌그라드 등 러시아 각지의 군 징집센터 17곳이 시민들의 방화로 불탔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부터 집계할 경우 군 징집센터를 겨냥한 누적 방화 건수는 총 54회에 달한다.

지난 25일 수도 모스크바 인근 랴잔 지역에서는 한 남성이 버스정류장 앞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갈 수 없다”며 분신을 시도 했다. 26일에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州) 신병 모집소에서 25세 남성이 무분별한 징병에 따른 불만 표시로 신병 모집 책임자인 장교에게 총격을 가했다가 체포됐다.

주민 대다수가 이슬람 교도인 다게스탄 자치공화국과 북캅카스공화국 등지의 소수민족 거주지에서도 산발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소수민족들이 동원령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경찰은 다게스탄 지역의 시위대 7900명에게 해산을 위한 경고 사격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러시아 전역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격화하면서 체포된 인원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의 인권 감시 단체 ‘OVD-info’는 지금까지 동원령 반대 시위 참가자 235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발령 이후 25일까지 러시아 35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반전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하루 뒤인 26일 10개 도시에서 추가 시위들이 벌어지는 등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당국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밝힌 기준과 달리 동원령 집행 과정에서 노인과 환자, 장애인 등 군 복무에 부적합한 사람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징집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례적으로 징병 과정에서 실수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이들까지도 징병 통지서를 받은 사례 등에 관해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 실수를 바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ISW는 “크렘린이 동원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문제들을 뒤늦게 광범위한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문제가 발생한 해당 지역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공황 상태에 빠진 국민들을 달래기 위한 메시지이지만,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ISW는 또 “푸틴 대통령은 설정한 동원 할당량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격화된 분위기를 진화하기 위해서는 동원 기준을 설득력있게 바로잡아야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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