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100달러 붕괴,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짙어진 경기침체 시그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6일 1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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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급락하고,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다시 역전됐다. 안전 자산인 달러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유로화는 20여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1달러-1유로’ 수준에 근접해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일제히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시사하는 시그널이 강해진 것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8.2%(8.93달러) 하락한 99.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고물가가 한창이던 5월 이후 두 달 여 만이다. 통상 유가는 경기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경기 상승기에는 오일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유가가 오른다. 반대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그만큼 경제활동이 줄어들어 유가가 내려간다.

그간 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량 증가 기대에 따른 수요 확대로 고공행진을 해왔다. 지난달만해도 WTI 7월물 선물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으며 “150달러 시대가 열린다”는 관측도 나왔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부족이나 유럽 에너지 위기라는 거시적 변수는 변하지 않았는데도 유가가 급락한 것은 그만큼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잦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 대응으로 경기가 식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S&P 500 에너지 섹터 주가가 약 4% 하락한 것을 두고 1970년 이래 가장 큰 에너지 섹터 하락폭이라고 전했다.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경기침체를 시사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10년 물 국채금리를 소폭 넘어선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예측해 장기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역전한 것은 올해 들어 3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CNBC와 블룸버그 등은 “미국 채권시장에서 또다시 경기침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깜빡이가 켜졌다”고 전했다. 경기침체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75% 반등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 4%가량 올랐다.

연준의 금리 인상 및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자 유로화, 엔화, 원화 등 각국 화폐 가치 하락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5일 유로화는 유로당 1.028달러까지 내려가 1달러=1유로에 근접해 가고 있다.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독일이 5월에 31년 만에 첫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으로 유럽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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