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아파트 11개동 격리시설 징발… 일부 부유층은 ‘특혜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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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 22일째… 후폭풍 확산

14일 중국 소셜미디어에 오른 영상에서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방호복을 입은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시 당국이 이 아파트 
11개 동을 격리시설로 지정해 해당 입주민 39가구에 퇴거 명령을 내리자 이에 항의하는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다. 아파트 관리업체 
장장그룹은 이들에게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머물 수 있게 하는 등 보상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웨이보
14일 중국 소셜미디어에 오른 영상에서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방호복을 입은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시 당국이 이 아파트 11개 동을 격리시설로 지정해 해당 입주민 39가구에 퇴거 명령을 내리자 이에 항의하는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다. 아파트 관리업체 장장그룹은 이들에게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머물 수 있게 하는 등 보상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웨이보
18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22일째를 맞는 중국 ‘경제 수도’ 상하이의 격리 후폭풍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자기 집이 격리시설로 징발된 주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일부 부유층의 상하이 ‘특혜 탈출’이 도마에 올랐다. 봉쇄되는 도시들이 늘어나자 중국 전역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상하이 봉쇄로 중국의 4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최대 3%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 “알리바바 임원, 인맥 동원해 탈출”
1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중국 전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2만6016명 중 상하이에서만 2만4820명이 발생했다. 상하이는 열흘 연속 2만 명대다. 1주일 정도 예상했던 봉쇄 기간이 3주를 넘어서면서 주민들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쯔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15일 “상하이 당국이 한 아파트 11개 동을 임시 격리시설로 지정하고 퇴거 명령을 내리자 이에 반발하는 주민 1800여 명이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이며 저항하여 격리 시설 지정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당시 집단 항의 상황을 담은 동영상에는 방호복을 입은 경찰들이 시위 주민을 끌어내자 일부 주민이 무릎을 꿇고 퇴거 명령을 취소해 달라고 울부짖는 장면이 담겼다. 한 주민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상하이에서 이런 미친 짓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상하이 관료들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탄식했다.

상하이 일부 부유층이 인맥을 동원해 상하이를 탈출했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임원인 자양칭(賈揚淸)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어로 “18일간 상하이에서 격리를 경험했고, 지금은 상하이를 떠나 미국으로 왔다”고 올렸다. 중국 누리꾼들은 자양칭이 방역 수칙을 어기고 인맥을 활용해 상하이를 빠져나갔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봉쇄가 길어지면서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건조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CMP는 17일 “상하이 장난(江南)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세 번째 항공모함의 주요 부품 수송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당초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3주년 기념일인 23일 진수할 예정이었으나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상하이 혼란이 커지면서 ‘제로코로나’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하이 제2군사대학병원 창정병원 전 부원장 머우샤오후이(繆曉輝)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일반 환자 피해가 오미크론 환자 피해를 훨씬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사망자보다 치료받지 못해 숨진 일반 환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 “베이징서 한인 고3 격리시설 강제 수용”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제로코로나 정책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는 15, 16일 상하이에서 “모든 자원과 역량을 결집해 ‘확진자 제로’를 실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도 17일자 논평에서 “제로코로나 방침을 견지해 주저하지 않고 단호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만 큰 싸움에서 빨리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봉쇄되는 지역도 늘고 있다. 17일 텅쉰왕 등에 따르면 지난주 상하이 인근 쿤산시를 비롯해 산시성 성도(省都) 시안과 허난성 성도 정저우도 부분 봉쇄에 들어갔다. 인구 1300만의 시안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33일간 전면 봉쇄된 바 있다.

봉쇄 불안감은 멀리 떨어진 수도 베이징에서도 커지고 있다. 14일 밀접접촉자로 판정된 베이징의 한국인 고교 3학년생이 강제로 격리 시설에 보내지자 교민들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최근 한국산 의류 등을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몰면서 한국인을 기피하거나 만나길 꺼리는 중국인도 나타나고 있다. “교민들이 불안해하는데도 정권교체기라서 그런지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상하이#상하이봉쇄#특혜탈출#고3 강제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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