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앞둔 러시아…“대외민감도 낮은 업종으로 대응”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15일 16시 28분


코멘트
러시아가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 사이에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디폴트 여파가 국제금융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지만 당분간은 대외민감도가 낮은 업종이 선호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16일은 1억1700만달러에 이르는 러시아의 달러화 국채 이자 지급일이다.

지난 5일 러시아가 적대 국가에는 채권을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국채 이자도 루블화로 상환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다.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로 루블화값이 폭락한 상태라 러시아가 루블화로 이자를 지급해도 받아들여지기는 힘들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채권자 동의 없이 루블화로 지급하거나, 동의해도 기존 외화가치에 못 미칠 경우 디폴트로 간주한다.

결국 30일 유예기간을 적용한 이후 다음 달 중순 러시아 디폴트 발표가 증권가 중론이다.

디폴트 선언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우려는 있지만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외화보유액은 지난 1월 기준 6302억달러로 세계 4위 규모여서 채무 상환 능력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닌 탓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러 제재 중 하나로 미국과 서방국가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통신망에서 퇴출시키면서 원활한 자금 이동이 막혔다.

또 러시아도 제재에 맞서 외화자산 역외반출을 금지하고 있어 국채 이자 지급이 차단된 상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외화 확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만 봐도 현재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이라며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양호하다”고 밝혔다.

지난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기우라는 설명이다.

당시에는 러시아가 실제로 갚을 돈이 없었지만 현재는 돈이 없어서 채무를 갚지 못한다기보다는 제재 등 기술적 이유로 상환하지 않는 상황이다.

또 2014년 크림반도 사태로 글로벌 은행들은 대러시아 익스포저(위험에 노출된 금액)를 줄여왔다.

글로벌 은행의 대러시아 익스포저는 지난해 3분기 1215억달러로 2013년 4분기 2564억달러 대비 47%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러시아 디폴트 선언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불황 속 물가상승) 현실화 등과 맞물려 국제금융시장에 예상하지 못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폴트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금융 손실이 유럽은행은 물론 취약한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여지도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러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전망인 만큼 대외민감도가 낮은 업종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조언한다.

건설과 원전, 인터넷 등 대통령 선거 수혜주나 유통, 미디어 등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테마로 잠시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방역수칙 완화 기대감에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해 이날 3만7250원으로 장을 마쳤으며,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로 대한항공도 4거래일 상승세를 타 2만9250원까지 올랐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공급 관련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 체인에 속하지 않는 업종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