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석 달 남은 文정부…하와이 회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토대 남길까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2일 13시 12분


코멘트
오는 5월 임기 종료를 앞둔 문재인 정부가 막판까지 종전 선언 논의에 주력하고 있다. 임기 내 실제 종전 선언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속음 위한 토대를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차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장관은 1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삼국의 북핵수석대표 간에 상당한 정지 작업이 있었다”라며 “그걸 바탕으로 유익한 협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오는 1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3자 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전날 삼국 북핵수석대표들이 협의한 북한 문제 대응 방안도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 선언을 북한 비핵화의 입구로 다룬다는 인식하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그간 미국과 꾸준히 조율 및 협의를 거쳐 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가 바뀌며 종전 선언 실현 가능성도 일견 힘이 빠지는 모양새였다. 북한은 특히 올해 초부터는 잦은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임기 내 종전 선언이 욕심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아울러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종전 선언 발표도 불발되면서,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하와이 호놀룰루 한·미·일 북핵수석대표·외교장관 연쇄 회동을 지켜보는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에만 7차례, 특히 1월30일에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까지 발사한 상황에서 종전 선언 논의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그간 부정적으로만 보였던 기류 속에서 나온 정 장관의 ‘상당한 정지 작업’ 발언이 주목된다. 종전 선언과 이로부터 시작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사실상 무산 국면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삼국 간에 어떤 정지 작업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단 이번 회담에서 곧장 종전 선언으로 이어질 만한 대대적인 합의가 나올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담 이후 3국이 북한과의 대화 교착 ‘돌파구’를 마련할 새로운 접근법 내지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정 장관은 이날 “우리 임기 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후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본다”라고 발언, 회담을 통한 진전 도출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회담을 앞둔 분위기는 일견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단 전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참석했던 노규덕 본부장이 협의 직후 직접 “새로운 아이디어”를 언급하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때 협의가 돼야 할 사안들”이라고 설명한 상황이다.

아울러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양자와 3자 모두 매우 생산적인 회의를 했다”, “매우 좋은 논의, 매우 상세하고 실질적인 논의를 했다”라며 북한 정책의 ‘모든 측면’에서 삼국이 협력·조정 중요성에 강력히 공감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을 대표한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역시 “매우 좋은 3자 회의를 했다”라며 삼국의 결속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논의 내용과 결과에 관해 “(외교)장관 회담이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정 장관은 이에 관해 “어마어마한 진전은 아니다”라면서도 “굉장히 긍정적인 의견들이 많이 교환된 것 같다”라며 “장관급 회의에서 그런 내용이 확인이 되고 구체화돼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해 ‘돌파구’에 관한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마냥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에는 걸리는 부분도 많다.

먼저 3국의 결속을 강조한 일본의 태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본은 그간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기준을 강경하게 고수해 왔다. 이는 지난 5월 한·미 정상이 공동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CD)’라는 표현을 썼던 것과 대조된다.
후나코시 국장은 이와 관련, 이번 3국 협의 이후 “일본이 여전히 (종전 선언) 문안에 CVID를 포함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표현의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이 지난달 유엔에서 일본 및 안전보장이사회 소속 일부 국가와 낸 북한 미사일 규탄 관련 공동 성명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식(in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manner)’의 대량파괴무기(WMD)·탄도미사일 포기가 명시됐다.

아울러 미국은 같은 달 북한 WMD·탄도미사일 관련 인사들을 상대로 독자 제재를 가하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 대상에도 추가하도록 요청해 왔다. 임기 2년 차에 접어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첫해보다 한층 강경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한·미·일 삼국 외교장관 회담을 앞둔 이날 대북 제재 담당 조정관 이력을 가진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를 주한 대사 지명자로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지명자가) 그 당시 자기 직책에 충실했다고 본다”라며 의미 확대를 경계했지만, 그의 지명을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 강경화로 해석하는 시각은 여전히 많다.

바이든 행정부의 현 외교 정책 초점이 중국, 러시아에 쏠려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1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는 북한과 관련한 발언이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회견 시작 즈음 북한이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단 정 장관은 이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현상 유지라는 건 선택이 아니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계속 발전한다”라고 발언, 진전된 결과를 이뤄 다음 정부에 물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실제 이번 회동을 통해 다음 정부에 물려줄 만한 진전을 도출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호놀룰루=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