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부 이례적 12월 토네이도에 90여명 사망… “온난화 탓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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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만에 400km 휩쓴 ‘역대급’
“폭탄 터진듯… 도시가 성냥개비로”
건물 잔해 6km 상공까지 치솟기도
실종 많고 구조 더뎌 희생 더 늘 듯

폭격 맞은 듯 토네이도에 쑥대밭된 美중부… 6개주 최소 94명 숨져11일(현지 시간) 미국 중부 켄터키주의 메이필드 시내가 하루 전 이곳을 강타한 토네이도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로 변했다. 
켄터키를 포함해 미국 중부와 남동부 6개 주를 강타한 이번 토네이도로 13일 0시(한국 시간) 현재 최소 94명이 숨졌고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이례적으로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을 두고 일부 기상학자는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메이필드=AP 뉴시스
폭격 맞은 듯 토네이도에 쑥대밭된 美중부… 6개주 최소 94명 숨져
11일(현지 시간) 미국 중부 켄터키주의 메이필드 시내가 하루 전 이곳을 강타한 토네이도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로 변했다. 켄터키를 포함해 미국 중부와 남동부 6개 주를 강타한 이번 토네이도로 13일 0시(한국 시간) 현재 최소 94명이 숨졌고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이례적으로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을 두고 일부 기상학자는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메이필드=AP 뉴시스


10일 미국 켄터키, 아칸소, 일리노이, 미시시피, 미주리, 테네시 등 중부와 남동부 6개 주에 토네이도(강력한 회오리바람)가 몰아쳐 한국 시간 13일 0시 현재 최소 9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주요 도시가 쑥대밭이 됐다고 CNN, BBC 등이 보도했다. 켄터키에서만 최소 7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실종자가 많은 데다 구조 작업이 더뎌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을 두고 일부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여파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토네이도는 봄에서 여름에 걸쳐 주로 발생한다. 기상 전문가 제프 마스터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기상학자로 일한 40년 동안 가장 충격적인 기상이변”이라고 했다.

피해가 가장 큰 켄터키의 앤디 버시어 주지사는 11일 “주 서부에서만 7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가 100명을 넘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못 본 파괴력이다.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인구 1만 명가량인 켄터키 남서부의 소도시 메이필드는 도시 전체가 사실상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거리에는 부서진 건물 잔해와 끊어진 전깃줄, 파손된 자동차 등이 나뒹굴었다. 캐시 오낸 시장은 “도시가 성냥개비처럼 변했다.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메이필드에선 성탄절을 앞두고 급증하는 수요에 대느라 24시간 가동 중이던 양초 공장이 무너지면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토네이도가 덮친 10일 오후 9시 30분경 약 110명의 근로자가 공장 안에 있었는데 40명만 구조된 상태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렸다가 구조된 직원은 CNN에 “공장 건물이 갑자기 앞뒤로 흔들리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현장 구조 책임자는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해 사망자들 위로 기어가야 했다”며 참혹한 분위기를 전했다.

송두리째 날아간 지붕들… 성탄절 앞둔 메이필드 양초공장 대규모 인명피해
10일 사상 최악의 토네이도가 강타한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의 한 양초공장을 2017년 1월 위성사진으로 찍은 모습. 공장부지 위에 흰색 지붕의 건물 두 채가 뚜렷하게 보인다(왼쪽 사진). 토네이도가 휩쓴 지 하루 뒤인 11일 사진에서는 공장 건물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피해 당시 공장에는 약 110명의 근로자가 있었으며 현재까지 약 40명만 구조됐다. 메이필드=AP 뉴시스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에서도 아마존 물류센터 건물이 붕괴되면서 최소 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40만 제곱피트(약 1만1200평)에 이르는 이 물류센터에선 축구장 크기의 지붕이 무너졌다. 당국은 붕괴 당시 약 50명이 건물 안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테네시(4명), 아칸소(2명), 미주리(2명) 등에서도 사망자가 확인됐다. 6개 주 곳곳에선 강풍에 열차가 탈선하고, 트럭이 전복됐다. 강한 비바람에 송전선이 끊어져 최소 30만 명이 전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켄터키에 연방정부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 투입, 구호물자 지원 등을 지시했다. 취임 후 줄곧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일이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구조와 복구 노력에 방해가 되지 않을 시점에 켄터키를 직접 방문하겠다고도 밝혔다.



기상 전문가들은 흔치 않은 겨울 토네이도를 두고 지구 온난화가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유례없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은 지난주 최고기온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며 12월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테네시주 최대 도시 멤피스 또한 이달 한때 103년 만의 최고인 26도까지 올랐다. 중서부에서도 평년 기온을 10도 이상 웃도는 이례적인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따뜻한 공기가 중서부 지역에서 내려오는 한랭전선 및 저기압과 충돌하면서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WP는 “기후변화와 토네이도의 상관관계가 아직은 명확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높은 기온이 이런 끔찍한 재난을 계속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아칸소주에서 발생한 이번 토네이도는 켄터키 등을 거치면서 약 4시간 만에 최소 400km(약 250마일)를 이동해 역대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토네이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록은 1925년 미주리, 일리노이, 인디애나 등을 덮친 350km의 토네이도로 당시 695명이 사망하고 주택 1만5000채가 파손됐다. 또 이번 토네이도로 부서진 건물 잔해가 상공 약 6100m 높이까지 치솟은 것으로 관측됐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토네이도#지구 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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