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빈자리’ 노리는 중-러, 개도국 대상 ‘백신외교’로 밀착 행보

  • 뉴스1
  • 입력 2021년 5월 12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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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백신외교’에 의기투합하면서 점차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CNN은 향후 세계 각국에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가 수출될 때 여기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라벨이 붙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2억6000만회 분량의 해당 백신 제조를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근래 멕시코, 인도, 아르헨티나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을 포함해 60개국 이상에서 사용이 승인됐다.

매체는 “이번 협상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제적 백신 목표가 점점 더 일치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도움을 주는 개발도상국들은 ‘백신 사재기를 한’ 그들의 전통적인 서구 파트너들로부터 소외된 곳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듀크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와 영국, 뉴질랜드와 같은 일부 국가들은 그들 인구의 3배 이상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백신을 구입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가들은 자국민의 절반을 감당할 양의 백신도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양국 백신외교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가 올해 2월 저명 의학저널 란셋을 통해 91.6%의 예방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지난 7일 중국의 시노팜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긴급 사용이 승인되면서 더욱 급물살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전통적인 미국의 영향권에 있던 중남미에서 아르헨티나, 칠레와 같은 나라들이 자국의 ‘백신 공백’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듀크대의 백신 조달 기록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3000만회, 중국의 시노팜 백신 400만회 등을 발주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미국과 오랜기간 동맹을 맺어온 인도네시아도 중국의 시노백 백신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이 구입(1억2500만회)했다.

시노백 백신을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이 구입한 나라는 미국의 ‘중요한 지역적 파트너’로 꼽히는 터키다. 터키는 수십만 개의 시노백 백신을 리비아로 보내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은 대부분 기부가 아니라 판매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중국이 백신을 기부한 65개국 중 63개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또 자체 백신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 러시아의 백신 생산에도 도움을 주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3개의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 국부펀드 RDIF와 2억6000만회 분량의 스푸트니크V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 거래를 체결한 상태다.

CNN은 중국과 러시아가 한동안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됐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졌던 상황 속 긴밀한 유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2019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최고의 단짝 친구”로 묘사했고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서방 지도자들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월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형태의 세계대전’에서 개발도상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그들의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 로(Lo)는 “이들의 친밀감이 장기적으로 유지될진 알 수 없지만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모두 자국 정부에 대한 서구의 지적이 커지면서 한데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자국을 중심으로 한 우호국 연합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백신외교에 대해 부인하면서 양국이 ‘인도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에서는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자국민의 예방접종을 충분히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수백만 건의 백신을 (다른 국가들에) 제공하는 이유를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현재까지 러시아는 인구의 5.9%만이 완전히 백신을 접종했다. 중국은 5월7일 현재 3억회 이상의 백신을 투여했다고 밝혔지만, 그중 몇 번이 1차 접종인지 또는 2차 접종인지가 확실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외교가 장기적인 정치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의 정치학 교수인 주디스 트위그는 “백신의 세계적 출시는 아직 초기 단계로,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유예 등을 포함해 많은 일들이 현재의 백신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염병이 끝날 무렵 대부분의 국가들은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백신으로 국민들을 접종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러시아나 중국의 백신이 먼저 도착한 곳은 지금으로부터 1~3년 뒤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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