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15년만에 선거 연기…“이스라엘 선거 방해 탓”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30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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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이 15년만에 치르기로 했던 자치의회 의원 총선거와 자치 수반 선거(대선) 연기를 선언했다.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선거 불허를 이유로 지목했지만 이스라엘 언론은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파타 정파의 분열과 인기 하락을 이유로 제시했다.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하마스는 합의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WAFA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아바스 수반은 이날 라말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정파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동예루살렘 주민에게 투표를 허용하기 전까지는 선거가 치러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예루살렘 점령지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며 “정파 회의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점령지 투표 불허에 따른 선거의 운명에 대해 적절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사람은 향후 (수립될) 독립국가의 수도로서 동예루살렘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점령된 수도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은 다가오는 선거에 투표하고 후보로 출마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은 여전히 예루살렘에서 선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며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선거 관련 모임을 개최하려고 거듭 시도했지만 (이스라엘 점령군의) 공격을 받고 어떠한 활동도 하지 못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오늘 ‘예루살렘에 대한 답변을 줄 수 없다. 우리는 이를 결정할 정부가 없고 (이스라엘) 선거 때문에 바쁘기 때문’이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 연락은 근거가 없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선거는 결정할 수 없고 (불법) 정착은 결정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라말라와 같이 예루살렘에서도 선거운동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활동이 그대로 이뤄지기를 원한다”며 “이스라엘은 우리가 중앙선관위원장을 예루살렘으로 보내겠다고 하자 이스라엘은 그가 체포될 때 변호할 변호사를 동행시키라고 했다”고도 했다.

하마스 등 일부 정파는 29일 선거 연기 결정이 이뤄진 팔레스타인 정파 회의를 보이콧 했다. 하마스는 ‘국민 통합 정부’를 약속했던 아바스 수반이 선거를 연기하는 결정을 한 것을 두고 “국민적 합의 위반, 합의에 반하는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TOI는 이스라엘 정부가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선거 개최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없다고 했다. 다만 PA 주축인 파타 정파 후보들이 동예루살렘에서 선거 관련 행사를 할려고 할 때마다 체포했다고 했다.

아울러 아바스 수반이 선거 연기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파타 정파 내부 분열과 인기 하락으로 경쟁자인 하마스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도 점쳤다.

미국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가이트 알 모마리는 “그 누구도 이번 발표가 단순한 지연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라며 “아바스 수반 집권 기간 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내분과 더 큰 분열을 목격할 것”이라며 “아무도 결과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PA는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에서 자치의회 의원을 뽑는 총선을 다음달 22일, 대선을 7월 31일, 팔레스타인 민족 평의회(PNC) 선거를 8월 31일에 각각 치를 계획이었다. PNC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입법기관 역할을 한다.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때 이스라엘에 점령됐다. 서안지구는 PA가 유대인 정착촌 지역을 제외하고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분리할 수 없는 자국 수도로 여기면서 PA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총선은 2006년 1월, 대선은 2005년 3월에 마지막으로 실시됐다. 마지막 총선은 대(對)이스라엘 무장투쟁을 주장하는 하마스가 파타를 누르고 압승했다.

하마스는 당시 총선 승리를 토대로 파타와 연립정부를 구성했지만 아바스 수반이 조기 총선을 주장하자 2007년 파타와 내전을 벌여 가자지구를 장악했다. 이후 양측이 반복하면서 팔레스타인에서 총선과 대선이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서안지구 합병을 시도하면서 이에 맞설 ‘정치적 리더십의 연합’ 필요성이 대두됐고 양측은 총선과 대선 개최 협상에 착수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로 아랍 국가 4곳과 관계 정상화를 하면서 거세진 고립 위기감도 양측간 화해에 기폭제가 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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