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韓 통일부, 탈북단체 활동 제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1일 07시 02분


코멘트
통일부 전경(자료사진).© 뉴스1
통일부 전경(자료사진).© 뉴스1
미국 국무부는 연례 글로벌 인권 보고서에서 통일부가 대북전단금지법을 이유로 탈북단체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언급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국무부가 작성한 ‘2020 국가별 인권 연례 보고서’ 중 한국 부분에서는 통일부가 지난해 7월 탈북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설립 허가를 취소한 사실이 거론됐다. 보고서는 “일부 인권 활동가들은 정부가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특정 NGO들의 활동을 제한했다고 말했다”며 이를 사례로 언급했다. 통일부는 당시 이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법인설립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관련 단체 25곳이 통일부의 감사를 받았고, 탈북 단체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이 비정부기구의 자유를 통일부가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판문점 선언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국무부 인권 보고서는 북한 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에 따른 북한의 국경봉쇄 조치로 북한의 인권과 인도주의적 상황을 감시하는 북한 내 외국인들의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부의 국경봉쇄로 북한 주민들이 비공식적 거래조차 극도로 하기 힘들어졌고, 북한 주민들의 이동이 금지되면서 탈북자의 수도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불법 또는 자의적 살해와 강제실종, 고문, 임의 구금, 정치범 수용 등 23개 사항을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납치된 탈북자와 납북 한국 국군 포로,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포함됐다. 2017년 보고서에 포함됐던 ‘지독한(egregious) 인권침해’라는 표현은 2019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포함되지 않았고, 그 대신 ‘중대한(significant)’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인권 유린을 자행한 관리들을 기소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지난해 3월 북한이 실시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자유롭지도 않고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가 핵과 미사일 협상을 위해 희생되는 것을 봐 왔지만, 인권보고서 발간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HRNK의 자료들은 이번 국무부 보고서에서 모두 27차례 인용되거나 언급됐다.

국무부는 아직 의회 보고를 비롯한 절차가 다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고서를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고서와 관련된 질문에 “아직 인권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논평은 피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은 국제 정책의 일환으로 인권 보호와 근본적인 자유를 옹호하고 있다”며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으로의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위한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