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징용·위안부 해법’ 압박에 韓 ‘한미일 협력’ 카드…통할까?

뉴스1 입력 2021-03-02 15:08수정 2021-03-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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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겨레하나 주최 ‘3·1운동 102주년 전국 동시다발 온라인 항일만세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위안부 역사 왜곡 논문을 쓴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와 친일학자들의 사진을 찢고 있다. 2021.3.1 © News1
우리 정부가 악화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적 카드로서 ‘한미일 3국 협력’을 꺼내들었다.

일본 측이 자국 기업·정부에 대한 우리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배상 판결에 반발, 우리 정부와의 ‘1대 1 협상’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연결고리로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는 걸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면서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을 일본측에 전가하는 한편 한미동맹은 강조하는 ‘전략적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제102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과 우리 사이엔 과거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다”며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 양국은 경제·문화·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이웃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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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특히 징용·위안부 등 양국 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순 없다. 과거 문제는 과거 문제대로 해결해 가면서 미래지향적 발전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면서 “(한일)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되고, 동북아 안정과 공동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지난 2017년 5월 취임 후 이번이 네 번째지만, ‘한미일 3국 협력’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한미일 3국 협력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반면교사 삼아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서도 밀려나지 않고, 미국과 함께 3국 협력을 추진해 북한 핵문제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韓 ‘투트랙 기조’로 관계 복원 시도…일본은 ‘심드렁’

우리 정부는 그동안에도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협력과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 아래 대일관계 복원을 시도해왔다.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이던 2019년 기념사에선 ‘친일 잔재 청산’을 주장했지만, 일본 정부가 우리 법원의 징용피해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조치로서 같은 해 7월부터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하고, 이에 우리 측이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의사를 밝혀 양국 갈등에 극에 달했던 뒤론 다시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얘기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년 9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물러나고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가 취임한 후 우리 외교가에서도 한때 양국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기류가 읽히기도 했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 당시 스가 총리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자민당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일본 정계에선 그나마 ‘친한파’로 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가 정권 출범 뒤에도 일본 측 분위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스가 총리의 지지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부실 탓에 폭락하면서 연내 총선을 앞둔 일본 정부·여당이 “‘외부의 적’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올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들이 이른바 ‘지일파’로 분류된다는 점 또한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강경 노선을 거두지 않는 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우리 측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무효화’해버린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 성사과정에 바이든 대통령(당시 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인사들도 관여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美 ‘개입’시 한일 가운데 어느 쪽 손 들어줄지가 관건

이와 관련 일본 측은 그간 미국 정계·학계 등의 우호세력을 동원해 “한국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깼다”며 바이든 정부 인사들을 설득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우리 법원의 징용 및 위안부 피해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모두 해결된 사안”이라며 우리 측의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는 문 대통령의 올해 3·1절 기념사에 대해 “중요한 건 양국 간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이 책임지고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란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입장을 기초로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과 중국 견제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측은 여전히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면서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양 교수는 “현재 일본은 대외적으로 미일동맹과 쿼드(미·일·호주·인도)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우리 측이 상당한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결국엔 미국이 직접 한일 간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정의용 외교부 장관)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을 북한 문제 대응, 나아가 대중국 연대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며 “미국으로선 일련의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이번 3·1절 기념사에 담긴 대일 메시지와 관련해 “우린 일본과 한국이 치유와 화해를 증진하는 방식으로 계속 함께 일할 것을 오랜 기간 독려해왔다”며 “우린 가까운 두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간 관계에서 진행되는 움직임을 계속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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