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임진왜란 당시 코무덤 사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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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직 외교관 아마키 나오토 씨
코무덤 잔혹사 조명하는 책 출간
“올바른 역사 알려야 해 집필”
11월 교토서 위령제도 열 계획

아마키 나오토 전 주레바논 일본 대사가 9일 일본 도치기현 나스시오바라시 자택에서 본인이 공동 집필해 새로 출간되는 ‘기린이여, 오라’를 들고 있다. 이 책은 임진왜란 때 조선인의 코를 잘라 무덤을 만든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마키 나오토 제공
아마키 나오토 전 주레바논 일본 대사가 9일 일본 도치기현 나스시오바라시 자택에서 본인이 공동 집필해 새로 출간되는 ‘기린이여, 오라’를 들고 있다. 이 책은 임진왜란 때 조선인의 코를 잘라 무덤을 만든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마키 나오토 제공
일본의 전직 외교관이 임진왜란 때 조선인의 코를 잘라 무덤을 만든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책을 냈다.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73) 전 주레바논 일본 대사는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75)과 함께 ‘기린(麒麟·평화시대를 상징하는 상상 속 동물)이여, 오라’라는 제목의 책을 10일부터 판매한다.

두 저자는 작년 11월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코무덤 옆에서 진행된 위령제에서 처음 만났다. 아마키 전 대사는 코무덤 연구의 대가 김 소장에게서 설명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는 “교토가 고향인 나도 코무덤의 사실을 제대로 몰랐다”며 “일본인에게 충격적인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되겠다고 생각해 김 소장에게 책을 쓰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코무덤의 역사는 4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597년 6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7∼1598)는 왜군들에게 “조선인 코를 베어 바치라”고 명령했다. 왜군들이 조선군과 적극적으로 싸우도록 내몰기 위해 세계 전쟁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방법을 강요한 것이다. 그렇게 수집된 코는 일본 전역에 묻혔다. 교토시의 코무덤은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조선인 12만6000여 명의 코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학자들이 대마도, 비젠, 후쿠오카 등지에서 코무덤들을 찾아내고 있지만 아직 전체 실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두 저자는 1년이 안 돼 책을 출판할 정도로 집중적으로 작업했다. 1장은 김 소장이 코무덤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2장엔 전문가 6명의 글이 게재됐고, 아마키 전 대사는 마지막 3장을 담당했다. 임진왜란에서 시작해 메이지 정부를 거쳐 현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일본의 가해 역사를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도 계속 악화됐다”며 “지금이라도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일이 협력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책 제목과 관련해서는 “중국에서 평화 시대에만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 ‘기린’을 사용했다. 그런 평화로운 시대가 오길 기원한다”고 설명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교토대 법학부 재학 중에 외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외무성에서 일하면서 처음 맡은 업무가 한국에 대한 경제원조였다. 그러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레바논 일본 대사로 재직할 때인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에게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쟁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보냈다. 그로 인해 외무성으로부터 ‘퇴직 권고’를 받았다. 결국 그해 퇴직하면서 34년 일본 외교관 생활을 끝냈다. 지금은 외교 평론가, 작가, 정치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아마키 나오토#기린이여 오라#코무덤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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