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육사 졸업식에서 “노예제도의 악습 근절” 언급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14일 1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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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포인트 2020년 졸업생 1110명 앞에서
일부 선배들 "군대를 대국민 위협수단으로 쓰지말라" 서명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철폐와 관련된 과거사 정리 열풍이 휩쓸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웨스트포인트 육군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이례적으로 “노예제도를 근절하기 위해 피흘려 싸웠던 선배들을 절대로 잊지 말라”는 연설을 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연설은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에게 목숨을 잃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군 투입 언급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군대 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충돌한 이후에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졸업식 발언의 불과 몇 시간 전에도 선거 운동 재개와 관련해 그로서는 이례적인 한 걸음 양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6월 19일 오클라호마주의 털사에서 첫 재선 캠페인 투어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는데, 19일은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된 날이고 털사는 1921년 백인들이 흑인을 공격했던 격전의 현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웨스트포인트 역사상 유례가 없이 코로나19로 인해 옥외 졸업식을 치르게 된 육군사관학교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미국의 역사적 위대함은 그 역사가 한 때의 편견이나 열정에 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시대가 격동의 시기를 맞을 때, 도로가 험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일시적인 시류를 떠나서 영속성을 갖느냐,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주일 동안 트럼프대통령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전국 시위현장에 연방 현역군인들을 파견하겠다는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질타하면서 보냈다.

또 전국적으로 동력을 얻고 있는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 일부는 웨스트포인트 출신이다)들을 군부대 이름에서 삭제하는 캠페인에 대해 공청회를 열자는 에스퍼 장관의 시도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도 11일 자신이 1일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해서 시위대를 강제해산하고 인근 교회 앞에가서 성경책 화보를 찍는데 동행한 것이 “실수였다”면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해 트럼의 화를 돋궜다.

밀리의장의 사과는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에스퍼 장관과 같은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트럼프에게는 항명의 의미가 된다.

이런 사건들은 군 내부와 퇴역 군인들 사이에서도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웨스트 포인트에서 과거 60년간 졸업한 약 500명의 졸업생들은 군은 정치적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2020년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번 주에 미디엄지에 게재된 이 공개서한은 에스퍼장관이나 밀리 의장과 마찬가지로 플로이드의 죽음 뒤에 백악관이 취한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 슬프게도 현 정부는 여러분이 복무하고 있는 미국 군대를 합법적 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료 미국민을 향한 무기로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더 나쁜 것은 여러분이 오늘 선서한 것과 똑같은 선서를 했던 군 최고 지도자들이 정치적인 이벤트에 참가한 사실이다. 민간인 통제의 원칙은 군의 직업상 핵심적인 임무이다. 그러나 그 원칙에는 맹목적인 (정치적) 복종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공개서한과 마찬가지로 졸업식 내내 인근 허드슨 강위에 떠있는 보트들과 카약에 나누어 탄 항의 시위대는 대통령의 태도에 대한 비난을 그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웨스트 포인트의 첫 연설에서 새로 장교임용된 졸업생들을 축하하고 사관학교의 역사상 전설적인 영웅인 더글러스 맥아서 장군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그런 뒤 “미국 육사를 졸업한 남녀 생도들이 우리 선조들을 위해 노예제도라는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서 피를 흘리며 전쟁을 벌였고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틀렸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여성 생도 입학이 허용된것은 겨우 1976년부터였으며 노예제도에 반기를 든 전쟁에 참가한 졸업생 들 가운데에는 여성은 없었다.

게다가 남부연합군에서 노예제도 유지를 위해 싸웠던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제퍼슨 데이비스 대통령, 로버트 리 장군, 브랙스턴 브래그 장군의 존재도 인식하지 못한 듯 했다. 현재 노스 캐롤라이나주에서는 프토 브래그 미군기지 이름에서 브래그를 지우는 과정이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 날 “미국 우선 주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군이 듣도 보도 못한 지구상의 먼 나라 사람들의 조상들로부터의 전쟁에 까지 가담할 필요는 없다며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웨스트포인트( 미 뉴욕주)=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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