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말시한’ 앞두고 초조한 美…트럼프 “지켜보자”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17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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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설정한 이른바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미국 정부로부터도 초조함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 관련 실무협상 창구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연말 시한을 보름 앞두고 한국까지 날아와 북미 간 회동을 공개 제안했으나, 북한 측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최근 동향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린 북한을 아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만일 (그들이) 뭔가를 하려는 거라면 난 실망할 테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가 처리할 거다. 곧 알게 될 테니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앞서 북한을 향해 “미국의 군사력을 쓸 일이 없길 바라지만 써야 한다면 쓸 것”(3일)이라거나 “만일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모든 걸 잃을 것”(7일)이라고 경고했던 데 비해선 수위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직접 자극하지 않는 표현으로 도발 자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그만큼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돼 북미 간 긴장이 더해가고 있다.

◇美와 인식차 좁히지 못한 北…결국 ’새로운 길‘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전면적인 비핵화‘를 요구해왔다. 미국이 주도해온 이른바 ’최대 압박‘ 정책 때문에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단계적 비핵화‘와 그에 따른 ’단계적 보상 제공‘이란 틀을 고수했다. 자신들도 미국과 같은 ’핵보유국‘이 됐으니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북한은 본격적인 북미대화에 앞서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와 함께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도 이 같은 양측의 인식 차를 좁히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선제적으로 핵실험 및 ICBM 발사 중단을 결정했으나, 미국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올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을 미국 측이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등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해야 할 시한으로 못 박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ICBM용 로켓엔진 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 시험‘을 2차례 실시한 사실을 주목, 북한이 연말 이후 ICBM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北 ICBM 다시 쏘면 ’핵위협 해결‘ 주장과 모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핵실험·ICBM 발사 중단을 대북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아왔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로 ICBM 발사를 재개할 경우 내년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그에게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도 15일자에서 “만일 북한이 ICBM 시험을 하던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북한의 핵 위협을 해결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북한도 이 같은 점을 간파한 듯, 대미(對美)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일례로 북한은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우린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9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장)이라며 맞받아쳤다.

북한은 대미( 협상의 주요 의제였던 ’비핵화‘에 대해서도 “이미 협상 테이블에서 치워졌다”(7일 김성 유엔주재 대사)는 입장을 내놨다.

◇中·러 ’제재 해제‘ 요구에 대북 주도권 상실 우려도

미 국무부는 16일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하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할 계획이란 보도가 나오자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동안 미국이 쥐고 있던 대북 외교의 주도권이 중국·러시아로 옮겨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게다가 일부 전문가들로부턴 북한이 실제 ICBM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미국 측이 이를 무력으로 ’응징‘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화염과 분노‘, ’코피 터뜨리기‘ 등의 수사가 난무하던 2017년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우린 그가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면서 “북한도 이를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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