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보험성’ 금리 인하에도 시장 잠잠…실망감만 키웠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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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중간사이클 조정" "보험적 측면" 언급
연준, 1990년대에 보험성 인하 단행한 적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시장은 반응이 없다.

통상 연준이 경기둔화에 미리 대비하는 ‘보험성 인하’를 단행하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뉴욕증시는 내리고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연속적인 금리인하 기대감을 차단한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시장이 실망한 기색만 역력하다.

연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또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예정보다 앞당긴 8월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보유자산 축소는 연준이 채권 등 보유자산을 팔아 시장의 달러화를 거둬들이는 일종의 양적긴축 정책이다.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 제로금리(0.00~0.25%)를 만든 이후 금리를 인하한 적이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7개월 만의 통화정책 변화지만 한때 0.5%포인트 인하설까지 나오는 등 기대감이 컸던지라 시장은 호응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기본적으로 ‘중간-사이클’(mid-cycle) 조정으로 생각한다”면서 “명확히 보험적 측면(insurance aspect)”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인 금리인하의 시작이 아니다”라면서도 “(인하가) 단 한 번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며 모호한 발언을 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년 만에 최고치로 솟았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경기침체기에 이뤄지는 지속적인 인하와 단발적인 보험성 금리 인하로 나뉜다. 본격적인 금리인하의 대표적인 예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를 맞은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징후가 드러난 2007년이다. 연준은 2007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5.25%였던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며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다. 이는 2008년 12월의 제로금리(0.00~0.25%)로 이어졌다.

보험성 인하의 가까운 예는 1995년과 1998년이다. 멕시코 외환위기와 아시아 외환위기 등이 이유였다. 이때 금리인하는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연준이 좋은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선제 대응에 나선 이유로는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꼽힌다. FOMC는 성명서를 통해 “미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뿐 아니라 경제전망을 위한 글로벌 전개 상황의 시사점(implications)에 비추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1995년과 1998년 연준은 0.25%포인트씩 3차례 내렸다. 금리를 한번에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을 당시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의 이름을 따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baby step·아기걸음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파월 의장이 말한 ‘중간 사이클 조정’이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 정도를 의미한 것인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추가 금리인하 관측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CNBC는 시장의 실망과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의 메시지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브룩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전혀 매파적인 놀라움이 아니다. 시장이 조금 진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도 노트에 “올해 어느 시점에서는 추가 인하 가능성이 80%에 달할 것”이라고 썼다. 또 파월 의장의 말은 앞으로 0.25%포인트의 한 차례 추가 인하로 완화 정책이 끝나리라는 자신들의 분석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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