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은 무슨, 결혼·출산이나 해’…中서 부활한 ‘남존여비’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8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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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할수록 그 성과는 남성에게 돌아가고 여성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중국 출산율이 하락하면서 노령화 위기가 나타나자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벨라 왕(32)은 톈진시의 한 어학 업체에 취직한 후 충격을 받았다. 결혼은 했지만 자녀가 없던 그는 회사로부터 2년 동안 임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

합의문에는 약속을 어기고 임신을 하면 아무런 보상 없이 해고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회사의 이러한 요구에 격분했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고용주들이 이력서와 면접 시 여성들에게 결혼 여부와 자녀 유무를 묻는 경우가 흔하다고. 이는 그동안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하면서 출산을 제한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했던 중국이 고령화 위기가 다가오자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사회 진출보다는 가정으로 밀어 넣으려는 시도라고 NYT는 설명했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여성학 교수인 왕 젱은 “정부가 여성의 힘이 필요할 때는 그들의 경제 활동을 장려하더니 이제는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여성들에게 집안 내 어른과 어린이를 돌보고 교육하도록 촉구하면서 가정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중국은 1990년까지만 해도 여성 4명 중 3명이 사회에 진출하며 세계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나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최근 이 수치는 6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제한하려는 시도는 임금에서도 차이가 난다.

30년 전 처음으로 시장 개혁을 시작할 당시 중국 여성들의 임금은 남성의 80%에 근접했다. 그러나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도시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7%에 그쳤고, 농촌 여성의 경우에는 56%까지 떨어졌다.

이혼할 때도 여성들은 불리하다. 샤론 샤오(36)는 지난 2013년 바람난 남편과 이혼을 위해 여러 변호사들을 찾았지만 아파트에 대한 권리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란 똑같은 말을 들었다. 남편의 부모님이 계약금을 지불하고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남편 대신 자신이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을 갚았지만 남편 명의로 되어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지난 2012년 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 중 70%가 주택 구입에 기여하지만 남편과 공동명의 비율은 여성 중 3분의1도 안 될 정도로 중국에서는 주택을 남편 명의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NYT는 이러한 경우 때문에 많은 중국 여성들이 재산 분할 등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이혼하며 심지어는 남편의 학대에도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성평등 지수에서 중국은 지난 2008년 139개국 중 57위에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103위로 급락했다.

페미니스트 학자인 펑 위안은 이에 대해 “중국은 과거 여성의 권익 증진에 있어 앞서나갔지만, 지금은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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