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중국 통신회사에 대한 포괄적 제재는 어불성설”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3일 1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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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와 통신 협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서방국가들이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를 자국 통신시장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중국 기술회사들을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잠재적 위협을 분명히 파악하는 기술적 판단에 근거해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칼럼 기고자 로버트 해니건은 영국 정보통신본부 전 책임자로 현재 미 하버드대학교 벨퍼 센터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다음은 칼럼 주요내용이다.

“서방국가들에서 중국 회사들을 5G 네트워크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의 외교정책이 야기하는 사이버 스파이부터 중국의 기술 지배까지 여러가지 점들이 걱정스럽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우려들을 뭉뚱그려서 사이버 위협이라고 부르면서 포괄적 금지로만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이버 보안과 5G 네트워크 설계의 복잡성을 잘 알지 못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화웨이사가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주장은 사소하지 않다. 유죄로 입증된다면 화웨이사는 막대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화웨이에 제기된 혐의는 통신이나 사이버위협과는 관련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협상에 도움이 된다면 캐나다에서 체포된 화웨이사 재무최고책임자(CFO) 멍완저우를 추방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은 이 문제에 국제정치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역시 화웨이 사건이 통신이나 사이버 위협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기술 위협을 평가하는데 있어 영국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화웨이의 영국 통신망 참여 문제를 몇년 동안 평가해온 정보통신본부(GCHQ) 산하 기관이 화웨이사의 하드웨어와 프로그램, 과정과 정책을 상세히 밝혀내고 있다. 다른 서방국들은 이런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전문적 분석에 기반해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는 화웨이가 보안기술과사이버 보안 정책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이런 비판에 대응할 것을 약속했으며 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NCSC는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국 기술에 대한 과민한 반응이 늘어나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무시되고 있는 점이다.

NCSC는 화웨이를 통한 중국의 사이버 범죄행위에 대한 증거를 찾아낸 적이 없다. NCSC는 순진하지 않다. NCSC는 지속적으로 중국 정부가 전 세계의 IT 관련 서비스 제공자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이끌고 있음을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적에 근거해 화웨이와 같은 회사를 제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보다 우리는 분명히 파악된 잠재적 위협을 근거로 기술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최근 중국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아온 회사들은 갑작스럽게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이 민간부문에 그 정도까지 개입하는지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오래 전부터 위협평가에 이를 반영해 왔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국 정부가 장래 어느 시점에 통신부문에 대한 레버리지를 행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그같은 가능성을 고려해 중국 회사의 통신망 접근을 허용해야 하며 통신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점은 3G와 4G 통신망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진 일이며 화웨이가 영국 통신망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G 통신망은 보안 규제 방식이 크게 다르고 의료 및 교통 등이 크게 의존하게 되는 새로운 통신망이어서 더 위험성이 크다. 외국기술을 제한해야 하는 범위와 기술제공자들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향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5G 통신망 전체에 중국 기술이 조금이라도 적용돼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영국 및 유럽국가들은 미래 통신에 대한 중국의 참여 범위를 결정하는데 있어 기술적 전문성과 합리적 위험 평가에 근거해야 한다. 정치적 의도나 무역 전쟁에 영향을 받아선 안된다. 중국의 기술 발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기보다 중국이 앞으로 세계적 기술 대국이 될 것이라는 점을 받아 들이고 그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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