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후진국 中, 이번엔 에이즈 바이러스 오염 치료제 대량 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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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개 생산 면역결핍 치료제서 에이즈 양성반응 나와 회수명령
당국 “감염 가능성 매우 낮다”…투여 규모-유통지역은 공개 안해
SNS서 비난여론 일자 댓글 차단

중국에서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오염된 면역 결핍 치료제가 대량 유통돼 환자들에게 투여된 것으로 드러났다. 곳곳에서 이 치료제가 사용된 정황이 보이는데도 의료 당국은 환자들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낮다고만 강조하며 투여 환자와 지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치료제의 에이즈 오염 여부 발표도 오락가락해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가짜 영유아용 백신’ 사건이 중국 지도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일이 무색할 정도였다.

7일 중국 의료 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신징(新京)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상하이신싱(上海新興)의약이 생산한 혈장 성분의 면역 저하 치료제인 정맥 주사용 면역 글로불린에서 에이즈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 기업은 2021년 6월까지 쓸 수 있는 50mL짜리 치료제 1만2229개를 생산해 유통했다. 이 치료제는 백혈병, 급성간염 등 중증 감염 및 면역 저하 환자에게 사용된다. 문제의 회사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혈액제제 생산업체 중 한 곳으로 국유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5일 이 치료제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해 전국 병원에 치료제 사용을 중단, 회수하고 치료제를 맞은 환자들을 면밀히 관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치료제를 투여한 환자 규모와 지역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런데도 국가약품관리감독국은 7일 “상하이에서 이 치료제에 대해 에이즈 및 B, C형 간염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혀 혼란이 가중됐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이 치료제가 쓰인 지역은 오염 사실이 처음 확인된 동부 장시(江西)성뿐 아니라 상하이, 서부의 산시(陝西)성, 허난(河南)성 등 폭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성 당국은 이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에 대해 에이즈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며 “아직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 메이르징지(每日經濟)신문은 상하이의 한 의사를 인용해 “매우 저급한 오류”라며 “문제의 치료제가 어디에 제공됐는지 확인하고 환자들의 에이즈 감염 여부를 재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관영 매체들은 전문가들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맞은 환자들이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이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의료 당국이 투여 환자 규모나 지역을 밝히지 않은 채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밝히자 7일 소셜미디어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감염 가능성이 낮다면 그렇게 말한 전문가나 가족들이 먼저 맞아 봐라”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검열 당국이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을 금지하거나 삭제하자 “(문제가 없다면) 왜 미친 듯이 댓글을 지우나? 봉쇄 금지의 치국(治國)이란 말인가?” “영도(지도부가)가 아무 일 없다면 반드시 아무 일 없는 것. 일반 백성의 생명은 가치가 없다” 등의 항의가 잇따랐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의료 후진국 중국#에이즈 바이러스 오염 치료제#대량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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