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대통령, 카슈끄지 사건 ‘해결사’ 자처…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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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2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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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지키다 “적나라한 진실 공개”로 선회
“美·사우디 관계 흔들고 국제문제화”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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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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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의혹 사건에 대한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린 이곳 터키에서 정의를 찾고 있다. 모든 적나라한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 방문 뒤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카슈끄지와 관련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간 터키의 친정부 매체들이 이른바 ‘카슈끄지 암살팀’ 15명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 관련 보도를 쏟아내는 동안에도 이 사건에 대해 애써 침묵해온 상황. 에르도안의 이 같은 침묵은 사우디와의 관계가 파탄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해석됐었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이 카슈끄기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한 건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단서를 확보했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중동 문제 전문가 캄란 보카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터키의 카슈끄기 사건 관련 정보 공개는 사우디를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전술”이라며 “만일 사우디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다면 이는 에르도안의 외교정책뿐만 아니라 국내 정책에서도 성공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CFR)의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 연구원 역시 “터키의 목표는 사우디 왕세자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정부의 대중동 정책을 ‘재조정’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사우디와의 동맹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진 않지만, 이를 통해 빈 살만 왕세자와 더 폭력적인 행동을 막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간 사우디와의 관계를 강조하며 카슈끄지 사건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왔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지자 “사우디 왕실에 대한 제재를 고려할 수도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로부터의 ‘보상’을 바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취약한 경제와 통화 가치 폭락으로 고전하는 터키로선 외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하단 이유에서다.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 산하 터키연구센터의 고눌 톨 센터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문제를 혼자 끌고 가길 원치 않는다”며 “터키는 이 사건을 국제적 문제로 다루길 원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이 개최하는 국제투자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개막일인 23일 카슈끄지 사건에 관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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