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퇴직을 막아라’…日기업들, 간병 휴직 기간 늘리고 급여까지 지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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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퇴직을 막아라.’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일본에서 직원이 가족 간병을 위해 퇴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다이이치생명보험은 최근 간병이 필요한 가족이 있을 경우 730일 내에서 횟수 제한 없이 휴직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법적으로 93일을 최대 3번에 나눠 쓰게 돼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말 그대로 파격이다.

이 회사는 직원 가운데 간병 퇴직이 많은 50대가 40%에 이른다. 회사 관계자는 “조만간 가족 간병 문제에 직면하는 사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에게 안정감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도 지난해 간병 휴직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도 2년 휴직을 인정하고 있다.

간병 휴직은 무급이 원칙이지만 돈을 주는 회사도 느는 추세다. 파나소닉은 1년의 간병 휴직 기간 중 초반 6개월은 급여의 70%, 후반 6개월은 40%를 준다. 히타치제작소는 지난해부터 간병 휴직 기간 1년 중 9개월 동안 임금의 50%를 지급하고 있다. 고용보험에서 나오는 간병 휴직 수당(급여의 67%)과는 별개다.

연차 휴가와 별도로 간병 휴가 제도를 신설한 곳도 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달부터 매년 20일의 간병 휴가 제도를 만들었다. 생활용품 회사 가오(花王)는 최대 40일까지 자유롭게 간병 휴가를 쓸 수 있게 했다.

기업들이 제도 정비에 나선 것은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가족 간병을 이유로 직원들이 자꾸 그만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요양시설이 부족해 매년 약 10만 명이 가족을 돌보기 위해 회사를 떠나고 있다. 도쿄(東京) 등 대도시에는 요양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요양난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도우미를 부르려고 해도 하루 비용이 한화로 수십만 원에 이르러 매일 부르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지난 10년간 약 100만 명이 가족을 돌보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회사를 떠나는 이들의 남녀 비율은 2 대 8로 여성이 압도적이며 연령대는 주로 50~60대 초반이 많다.

지난해 발표된 야스다메이지생활복지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일하면서 가족을 돌보는 이들은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100만 명은 피로 누적으로 언제라도 회사를 떠날 수 있는 ‘간병 퇴직 예비군’으로 분류된다. 현재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간병 퇴직자 및 간병 퇴직 예비군의 규모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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