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오프라인 권력’도 노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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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권력자’ 대선출마설 솔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창립한 마크 저커버그의 ‘대권 도전설’은 현실이 될 것인가. 올해 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며 미 전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그가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있다.

6일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최근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와 수차례 통화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정책 조언을 받는 트럼프의 정치 운영 방식이 두 사람의 소통을 유지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커버그가 차기 대선 출마 혹은 최소한 상원의원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저커버그 ‘대권 도전설’의 근거가 됐다. 아무 정치적 배경이 없는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백악관을 차지하는 데 ‘정치 경험보다 대중 인지도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워싱턴 정가에 퍼졌기 때문이다. 반(反)트럼프 운동을 벌이는 대표적 진보 인사인 마이클 무어 영화감독도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아무 정치 경험 없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으면 누구든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민주당도 국민에게 사랑받는 유명인을 대선 후보로 세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엔 프랑스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중도 신당 ‘앙마르슈(전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 와 비교해 저커버그의 대권 도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에 차기 대선이 열리는 2020년에 저커버그는 36세. 출마할 경우 39세인 마크롱보다 젊은 대선 후보가 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지난달 말 하루 간격으로 각자 나라의 대표 공업단지를 방문해 노동자들과 소통하는 ‘민생 행보’를 했다. 저커버그는 27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포드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작업복 조끼와 고글을 착용한 채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하루 전인 26일 마크롱 후보는 폴란드 공장 이전을 앞두고 문을 닫은 프랑스 북부 소도시 아미앵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월풀을 방문해 노동자들을 위로했다.

6일 미 온라인 매체 ‘쿼츠’는 “마크롱과 저커버그는 왜 공장 노동자에게 경의를 표했을까?”라는 제목으로 이들의 동정을 소개하면서 블루칼라(노동자)의 불안감을 공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화,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자국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서구권 노동자들의 마음을 달래는 정치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쿼츠는 “정치인(마크롱)이건, 정치인이 될 사람(저커버그)이건 이런 현실을 외면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유력 언론들은 마크롱의 당선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슷한 인물로 저커버그를 꼽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달 24일 “마크롱만이 유일한 젊은 승리자가 아니다”라며 하버드대 재학 시절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을 창립해 온라인 세계를 점령한 저커버그를 그에게 견줄 만한 인물로 지목했다.

저커버그는 올해 초 대선 출마설이 급속히 퍼지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 지휘자를 자신의 자선사업 회사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영입한 데 이어 시골 마을 주민과 공장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페이스북에 중계해 ‘소통왕’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소셜미디어#페이스북#마크 저커버그#대권#미국#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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