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압박에 국내 기업 ‘한국 탈출’ 막을 방법은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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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국 이기주의가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5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일본 도요타가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한다는데 어림없다, 공장을 미국에 짓든지 국경세를 내라”고 한 경고가 발단이다. 도요타는 즉각 “자동차산업에 트럼프 정권과 함께 협력하고 싶다”는 성명으로 꼬리를 내렸다. 6일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은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7’ 행사에서 “미국 내 생산 공장 건설 여부를 상반기 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멕시코에서 싸게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한다고 해서 부가가치세 성격의 국경세를 매기는 것은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국경세의 불합리성을 따지기보다는 도요타가 미국에서 많은 자동차를 생산 중이고 미국 내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설득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에 대적하다가는 감당하기 힘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힘의 논리를 간파한 것이다.

 기업은 생산기지를 정할 때 세금뿐 아니라 입지와 영업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LG전자의 북미공장 건설 계획도 트럼프의 발언 때문에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반면 다른 나라에 공장을 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당근과 채찍’ 전략이 경영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미국에 생활가전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국내 일자리와 세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어제 폐막한 CES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율주행차를 필두로 증강현실(AR) 제품,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을 내놓으며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중국의 스마트카와 스마트폰 업체들은 한국을 위협할 정도로 약진했다. 4차 산업혁명 세상에서 우리 기업들만 보호무역주의와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안팎의 악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는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유턴기업 지원법’을 제정했지만 실제 국내로 돌아온 중소기업은 80여 곳에 그쳤다. 대기업 중에선 LG전자 정도만이 일부 시설을 국내로 돌렸을 뿐이다. 야당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지만 기업이 빠져나가면 법인세 인상분보다 많은 세금을 다른 나라에 내야 한다. 아직도 정치권만 딴 세상에 살고 있다.
#트럼프#ces#자율주행차#증강현실#유턴기업 지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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