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로 개인정보 파악 ‘빅 브러더 사회’로 가는 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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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인구 DB구축… 2020년부터 ‘사회 신뢰 시스템’ 전국 실시

 미국 소설가 게리 슈테인가르트가 2010년 발표한 SF소설 ‘엄청나게 슬픈 진짜 사랑 이야기’는 중국 위안화가 세계 기축통화가 된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사람들은 ‘레이트 미 플러스(Rate me plus·나를 평가해 줘)’ 기술이 장착된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거리 곳곳에 배치된 유비쿼터스 신용기둥은 이를 인식해 그 사람의 재정 상태와 건강 상태, 인종·민족, 성 취향, 범죄 이력 같은 개인 정보를 낱낱이 공개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빅 데이터’를 통해 개인을 정보로만 취급하는 ‘빅 브러더’가 지배하는 시대의 도래다.

 SF소설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이런 ‘디지털 독재국가’가 중국에서 출현할 것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2020년 전국 단위 실시를 목표로 시범 실시 중인 사회 신뢰 시스템은 개인 및 법인의 범죄 내용뿐 아니라 소송 내용, 벌금 납부 명세, 세금 체납 내용, 전자거래 명세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신뢰 평점을 매긴다. 평점이 낮은 사람에겐 해외여행 제한 및 항공권·철도권 구입 차단과 같은 불이익을 주고 평점이 높은 사람에게는 승진 및 공공주택 구입 우선권과 자녀를 좋은 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는 특혜를 부여한다.

 이 제도는 중국 사회의 부패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2010년 장쑤(江蘇) 성 쑤이닝(휴寧) 현에서 처음 도입되기 시작해 현재 30곳으로 확산됐다.

 서방 민주국가에서도 신용불량자 정보를 금융권이 공유한다. 또 대(對)테러 방지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중국은 일당독재 체제다. 국민 사생활 정보에 대한 정부의 접근이 아무 견제 없이 가능하다. 그 정보 내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도 정부의 무한 재량 아래 있다.

 중국 정부는 출생지 및 거주지 정보가 담긴 후커우(戶口)와 기초적 개인 정보가 담긴 당안(당案)을 통해 이미 13억 인구의 기초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나라다. 여기에 ‘만리방화벽’이라는 웹사이트 차단 시스템과 ‘황금방패’라는 온라인 감시 시스템, ‘만리대포’라는 온라인 공격 시스템을 갖췄다. 또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중국 최대 인터넷검색 엔진 바이두, 휴대전화 최대 문자서비스업체인 텐센트 모두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정부에 무제한 제공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신뢰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정부는 7억 누리꾼의 전자상거래 내용과 웹사이트 방문 내용,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을 샅샅이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성인이 된 자녀의 부모 방문 횟수를 연 60회 미만으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을 매긴다. 부모 자식 간의 만남 횟수까지 제한하는 국가에서 이런 디지털 감시 시스템이 완성될 경우 체제 감시용으로 전환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크고 무서운 디지털 독재국가의 출현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빅데이터#독재국가#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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