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손짓하지만… 투자유치 19건중 美기업은 ‘0’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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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안도 공존하는 쿠바/부형권 특파원 현장 르포 5信·끝]아바나서 45km ‘마리엘 경제특구’
라울 “경제성장 교두보 삼을 것” ‘원스톱 인허가’ 등 총력 지원
임금까지 관여 관료주의 한계… 일각선 “사회주의 무너뜨릴 우려”

부형권 특파원
부형권 특파원
 “이곳에서 만난 쿠바 정부 관리들은 미국이 직접투자를 더 많이 해주길 원한다. 미국과 쿠바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 모색하겠다.”

 올해 10월 7일 페니 프리츠커 미 상무장관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서쪽으로 45km 떨어진 마리엘 경제특구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쿠바 정부가 2013년 9월 특별법까지 제정해 야심 차게 개발하고 있는 465km² 규모의 종합산업단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외국인투자, 기술혁신, 산업집중을 통해 마리엘 경제특구를 국가경제 성장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프리츠커 상무장관의 마리엘 경제특구 방문은 두 달 전인 8월 존 케리 국무장관의 주쿠바 미국대사관 개설식 참석과 함께 양국의 정치 경제적 해빙의 상징이 됐다. 마리엘 경제특구의 성패가 ‘피델 사후 쿠바’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카스트로 추모 기간(11월 26일∼12월 4일) 중인 지난달 29일 기자가 찾은 마리엘 경제특구에선 포클레인 등 건설장비가 분주히 오가고,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산업용 도로를 닦고 공장을 신축하는 등 산업단지 특유의 활기가 느껴졌다. 추모를 위한 침묵이 지배하던 아바나 시내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이곳 투자 인허가와 지원을 총괄하는 마리엘 경제특구 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모든 정부 부처가 사활을 걸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승인 절차가 35∼65일 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인허가 절차를 사무소에서 해결하는 단일창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2014년 1건에 불과했던 투자 승인 프로젝트는 지난해 8건, 올해 11월 말 기준 10건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사무소 측은 “현재까지 총 19건, 합계 9억 달러(약 1조5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2836명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 19개 업체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인 의료기기제조업체 아르코이리스의 이기세 대표(44)는 “주사기 제조 공장 설립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밟으면서 ‘쿠바는 느리지만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19건의 투자 승인 프로젝트 중 미국 기업은 한 건도 없다. 스페인(3건),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브라질 멕시코(각 2건) 등 유럽과 중남미 국가에 편중돼 있다. 미-쿠바 국교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이 쿠바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 한 마리엘 경제특구의 성장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만난 외국인투자가들은 “쿠바 정부는 마리엘 경제특구가 쿠바 사회주의 둑을 무너뜨릴 트로이 목마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특구는 △법인세 10년간 면제(11년 차부터 12% 부과) △서비스세 노동사용세 수입장비(투자 목적)관세 지역발전세 전액 면제 혜택을 주면서도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의 직접 채용은 금지한다. 쿠바 정부가 직원 채용, 근로계약 변경 및 해지, 임금 수준 결정까지 모두 관여한다. 쿠바 일반 노동자들의 월평균 급여는 30∼40달러인데 특구 내 1인당 월 인건비는 400∼1000달러에 이른다. 정부가 차액을 챙기는 구조다.

 마리엘 경제특구는 한국의 인천 송도가 될지 아니면 북한의 개성공단이 될지 기로에 서 있다. 수도 아바나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고 미국 플로리다에서 180km, 멕시코의 유명 휴양지 캉쿤에서 210km 거리에 있어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전략적 거점이다. 하지만 쿠바 정부의 지나친 통제와 계획경제 시스템은 근본적인 한계다.

<마리엘에서>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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