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親러의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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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불가리아-몰도바 대선서 친러 ‘라데프-도돈’ 잇달아 당선
WSJ “동유럽 재편한 EU에 균열” 트럼프쇼크 겹쳐 러 영향력 커질듯

 동유럽에서 친(親)러시아 정책을 표방해 온 후보들이 잇달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치에 주력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매달릴 태세여서 유럽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불가리아와 몰도바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친러 성향의 후보들이 당선됐다. 옛 공산권 국가인 불가리아에서는 공군 총사령관 출신의 무소속 루멘 라데프(53)가 친서방의 집권 유럽발전시민당 후보 체츠카 차체바(58·여)를 누르고 득표율 59.4%로 당선됐다. 라데프는 “유럽연합(EU)과 긴밀히 협의해 러시아 (경제)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1990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주장해 온 사회주의자당 이고리 도돈(41)이 친서방 성향의 ‘행동과연대당’ 후보 마이아 산두(44·여)를 득표율 52.6%로 제쳤다. 도돈은 “국민들은 친서방 정책과 가난, 부패, 불법에 지쳤다. 서방은 물론이고 동방(러시아)과도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동유럽에서 두 동맹국을 얻었다”며 “소련 붕괴 후 동유럽을 재편했던 EU라는 결속체에 틈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가리아와 몰도바의 친러 후보 승리는 경제난에 따른 것이다. 불가리아는 가스의 90% 이상을 러시아에서 들여올 정도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EU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불가리아도 수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자 불만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유럽 내 최빈국 중 하나인 몰도바의 최대 교역국이다. 많은 몰도바인이 러시아에 사는 가족이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한다. 2013년 러시아가 몰도바의 최대 수출품인 와인과 채소, 육류 등의 수입을 금지하자 몰도바는 경제난에 봉착했다. 경제부 장관을 지낸 도돈 당선인은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통해 무역을 증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불가리아와 몰도바에서 친러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EU의 동진(東進)정책도 차질을 빚게 됐다. EU는 2014년 6월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동진정책에 공을 들여왔다. 이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패권주의를 자극해 러시아는 탈(脫)러시아를 꿈꿨던 옛 동유럽권 공산국가들에 군사 에너지 무역 보복 등으로 압박을 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옛 소련 국가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통합하는 ‘유라시안연합(EEU)’을 결성한다는 구상까지 갖고 있다.

 EU 국방 및 외교 장관들은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합동군사 배치 등을 포함하는 안보강화 계획에 합의했다. 이들은 “미국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맺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선거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용론을 주장했던 트럼프와 푸틴이 가까워지면 미국과 EU 및 나토의 균열이 깊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동유럽#러시아#푸틴#친러#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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