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이란에 손짓… 푸틴의 ‘南進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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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극복 돌파구 모색… 동남아와 군사협력도 확대

유가 하락과 미국,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에 빠진 자원 부국 러시아가 터키, 이란 등 서방 국가들과 관계가 불편한 국가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또 남중국해의 영유권 갈등, 해적 출몰, 불법 어업 등으로 높아진 안보 수요를 감안해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적 유대 관계도 부활시켜 대외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9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건으로 감정이 극도로 악화됐다. 올 1∼5월 두 나라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나 줄었다. 그러나 불필요한 갈등이 경제적 이익을 해친다는 판단에 따라 터키의 쿠데타 진압을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양국은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터키의 민주주의 탄압 등으로 미국과 관계가 악화된 상태다.

앞서 8일 푸틴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만나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을 연결하는 ‘남북 수송로’ 건설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남북 수송로가 완공되면 인도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철로가 연결된다. 막심 소콜로프 러시아 교통부 장관은 “수에즈 운하의 물동량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동남아 지역에서 철수한 러시아는 2014년에 이어 올 4월 인도네시아 주도의 다국적 공동 군사훈련인 ‘코모도(KOMODO)’에 참여했다. 또 베트남전을 전후로 미국과 소련이 군기지로 활용했던 베트남 깜라인 만의 군사시설 사용을 놓고 미국과 경쟁하다 2014년 전폭기 공중 급유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따냈다. 동남아 국가에서 판매된 무기 가운데 러시아제 비율은 2006∼2010년 6%였으나 2011∼2015년엔 15%로 늘었다.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의 러시아 전문가인 이언 스토리 선임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최근 (대외 영향력 확대를) 더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경제 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군사력을 동원해 ‘이슬람국가(IS)’ 격파에 합류하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IS 대응 방안을 공동으로 논의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위기도 줄였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푸틴#터키#이란#경제위기#러시아#군사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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