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자본주의 부활 없다” 선그은 라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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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열린 공산당 全大서… “사유화 반대” 공산주의 재천명
‘오바마 방문 효과’ 속도조절 나서… FT “개혁목표 5년간 21% 달성
생필품 부족 등 민심 갈수록 악화”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 방문으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모았던 쿠바가 5년 만에 열린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공산주의 고수’와 ‘미국에 대한 경계’를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84)은 16일 아바나에서 열린 제7차 전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사유화를 일부 인정한 것을 놓고 쿠바에 자본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첫 조치가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결코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2011년 열린 제6차 당대회에서 설정한 목표 313개 중 21%밖에 달성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 위기 돌파를 위해 시도했던 “‘충격 요법’을 쿠바는 절대로 겪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개방에 나서지만 급속한 변화는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54년 만의 외교관계 재수립, 미 현직 대통령으로서 88년 만의 쿠바 방문으로 개선된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카스트로 의장은 “금수(禁輸) 조치를 해제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는 환영할 일이지만 (쿠바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의 변경에 불과하다”며 미국에 대해 “그 어떤 때보다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의 주체를 만든다면서 혁명을 끝내려는 강력한 외부 세력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공산당의 일당 통치는 쿠바를 지배하려는 워싱턴의 시도에 대한 최고의 방어”라고 규정했다. 또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체제로 운영되는 미국 민주주의를 조롱하면서 “쿠바에도 양당이 있다. (다섯 살 연상인 자신의 형) 피델과 내가 하나씩 이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나흘간 계속될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2030년까지 이어질 경제개발 계획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쿠바 민심은 정부의 지지부진한 개혁 조치에 짙은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라울 카스트로가 이끈 2011년 전당대회는 자동차와 주택 매매 허용, 중소 규모 협동조합 장려, 쿠바인 출국허가제 철폐 등 313개 개혁 목표를 내세우며 자본주의 요소 도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이날 밝혔듯이 31개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고 268개는 여전히 계획 중이다.

또 매년 5% 이상 경제성장을 목표로 잡았지만 평균 3%에 그쳤다. 지난해엔 350만 명의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특수에도 성장률은 2.8%에 머물렀다. 최대 교역국인 베네수엘라가 원유가 하락으로 휘청거리면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든 탓이다.

지난 5년간 쿠바 근로자의 25%가 정부 영역이 아닌 민간 영역에 일자리를 얻었지만 생계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부문에서 일하는 나머지 75%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겨우 월 25달러(약 2만8700원) 선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만난 택시운전사 오마르 에스테반(30)은 “생필품 부족 현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번 전당대회가 이런 상황을 개선할 뭔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쿠바 공산당원인 농업전문가는 “정부가 식량배급 문제를 (시장에 맡기지 않고) 계속 통제하려는 바람에 창고에 쌓아둔 식량이 썩어가고 있다는 보고가 벌써 나온다”고 전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쿠바#자본주의#라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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